"지금 당장 '뭣이 중한디'?" 두번째 고민은 여기서 시작됐다. '지금 당장'에 초점을 뒀다, 마음이 급했다.
많은 생각을 했다. '과연 지금 무엇이 중요할까?' '이것이다'라고 잡히는 게 없었다. 방향을 조금 좁혔다. 구체적으로 들어갔다.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할까?'
고민끝에 내린 결론, '말보다 행동'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의견을 모았다. 지·금·당·장·시·작·하·자!
지난해 여학생체육 활성화를 위해 첫 발을 내디뎠다.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논했다. 유관기관, 정계, 학계의 오피니언 리더,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많은, 좋은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실제적인 변화도 있었다. 여학생 체육활성화를 위한 학교체육진흥법이 개정됐다. 의견도 하나로 모아졌다.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였다.
그래서 '지금 당장 한다'. 대한체육회와 스포츠조선이 함께 한다. 올해부터 전면실시되는 '자유학기제'를 통해 여중생들과 만난다.
전국 50개 학교 여중생들의 운동 능력, 신체 발달 정도, 흥미 등에 따른 '맞춤형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여성 스포츠 아나운서, 스포츠매니지먼트-유관기관 여성 리더 등의 강연도 마련했다. 진로와 꿈을 찾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스포츠현장도 찾아간다.
'진정한 건강 미(美)와 꿈(Dream)을 찾는 여학생'이 모토다. 대한체육회와 함께 하는 미드림(美-Dream) 프로젝트, '뛰는 걸(Girl)! 예쁜 걸(Girl)! 멋진 걸(Girl)!'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뛴다.
준비된 여중생들을 위한 응원전으로 막이 오른다. 가장 먼저 리우에서 체조요정 손연재가 후배들을 향해 외친다. "함께 뛰자! 힘 내!" [편집자주]
한 때 나폴레옹을 좋아했다. 초,중학교 때다. '정복자', 왠지 매력적으로 들렸다. 어린 마음에 그랬던 것 같다. 지금은, 좀 달라졌다.
그래도 여전히 마음에 드는 말이 있다. '나의 사전에 불가능이란 말은 없다.' 멋지다. '정복자'가 아닌 '도전자',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거 같다. 그 모습이 나폴레옹이 아닌가 싶다.
다들 '불가능'하다고 했다. "수영에서 금메달을 딴다고?" "피겨에서 금메달이 가능해?" '넘지 못할 산'처럼 보였다.
그 산을 박태환이 넘었다. 2008년이다. 베이징올림픽 남자수영 자유형 400m에서 넘버원에 올랐다. 다들 '불가능'하다고 했던 자리다.
2010년, 또 하나의 불가능이 지워졌다. 김연아가 피겨여왕에 등극했다. 벤쿠버 동계올림픽에서다. 모두들 환호했다. 아낌없이, 자랑스런 박수를 보냈다. 후에 김연아는 "어떤 도전이든 처음은 어렵다. 일단 시작해보면 용기가 생기고 용기로 하나씩 이루면서 성취와 보람도 생긴다"고 돌아봤다.
'불가능'. 요즘은 개념이 달라졌다. '못한다'가 아니다. 반대로 '도전'의 색채가 짙다. '해보자'는 의미다. 김연아의 말이 그 말이다.
'도전.' 현대인이 꼭 지녀야 할 정신이 된 지 오래다. 미래를 짊어질 우리 청소년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뛰는 걸(Girl)! 예쁜 걸(Girl)! 멋진 걸(Girl)!' 캠페인도 궁극적으로 이 '도전정신'을 심어주고자 한다. 이기는 여학생이 아니다. '넘어져도 일어날 줄 아는' 여학생이다. 끝까지 도전할 줄 아는 여학생을 바란다.
리우올림픽이 곧 막을 올린다. 또 수많은 도전 신화들이 '뜸'을 들이고 있을 게다. 우리도 '요정의 도전'을 지켜보고 있다. 손연재다. 리듬체조에서 사상 첫 메달에 도전한다. "동양인의 체격으로는 안된다"던 그 종목에서 말이다.
사실 이번 캠페인을 준비하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올림픽에 대비, 손연재는 국내에 거의 없었다. 러시아에서 살다시피 했다. 훈련에만 몰두했다. 언론의 노출도 피해왔다. 그런 그녀에게 반대로 "여중생 후배들에게 응원을 보내달라"고 하기가 미안했다.
그런데 흔쾌히 응해줬다. '여학생 체육활성화'의 취지에 당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질문을 먼저 던졌다. '왜 운동을 택했는지'를 물었다. "다섯살 때 엄마를 따라 처음으로 리듬체조 교실을 갔어요. 그 때는 발레학원인 줄 알았는데."
그렇게 연을 맺었다. 당연히 학업과의 병행이 쉽지 않았을 거다.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좋아서 선택한 만큼 포기하지 않고 둘 다 열심히 했어요. 운동을 하니까 체력이 좋아져서 그 부분에 있어서는 힘든 줄 몰랐어요."
운동이 왜 좋을까? 먼저 여중생들이 귀를 쫑긋 세울만한 대답을 했다. "예뻐져요. 땀을 흘리면서 뛰면 몸 속 노폐물과 독소가 배출돼서 피부가 좋아지고 체중 조절도 자연스럽게 되죠." 그리고는 "운동을 통해 협동심과 사회성을 배울 수 있어요. 친구들을 사귀고 학교에서 활발하고 자신감있게 활동하는데 큰 도움이 돼요"라고 했다. 이렇게 좋은 운동, 안할 이유가 없다.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한 도전이다. 당연히 쉽지 않다. 가녀린 그녀는 도전하는 법을 안다. "러시아에 처음 훈련하러 갔을 때, 슬럼프에 빠졌을 때, 정말 힘든 일이 많았어요. 그럴 때마다 운동에 집중했죠. 그러면 잡념이 사라지고, 그 순간 만큼은 힘든 것을 잊을 수 있었거든요. 운동을 통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는 방법을 배운 덕분이죠."
계속되는 '운동 예찬론'이다. 마지막으로 여중생 후배들에게 응원 메시지를 부탁했다. 긴 메시지를 보내왔다.
"안녕하세요, 대한민국 여중생 여러분들. 리듬체조 국가대표 손연재입니다. 무더운 날씨에 공부하느라 많이 힘들죠. 힘들다고 집에 가만히 있기 보다는, 땀을 흘리면서 운동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흔히 공부는 체력전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땀을 흘리며 운동하면 체력이 좋아져서 집중력을 높여 줄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까지 풀어주기 때문에 공부에 더 집중 할 수 있어요. 여러분들,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을 통해 외모와 성적,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세요. 힘들다고 포기하지 마시고 자신의 꿈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세요."
손연재는 지금 브라질 상파울루에 있다. 15일 선수촌에 들어가기 전까지 상파울루 인근 훈련장에서 마지막 준비를 한다. 예선전은 19일 시작된다. 우리도 그녀의 '꿈', 대한민국의 '꿈'에 힘찬 응원을 보낸다. 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