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혜진 기자] 자유로운 듯 어딘지 모르게 우스꽝스러운 춤사위로 '춤신춤왕'이라는 별명을 얻은 정진운, 그의 인기에는 통바지도 분명 한몫을 해냈다.
올해도 어김없이 레트로 열풍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90년대 유행했던 바지 밑단이 넓은 통바지, 일명 와이드 팬츠는 갑갑하게 조이는 스키니 팬츠가 유행에서 물러난 뒤부터 다리를 자유롭게 하면서 세련된 룩을 완성할 수 있는 장점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수많은 와이드팬츠 가운데 '춤신춤왕' 정진운의 팬츠는 단연 화제다. 정진운은 전곡 작사, 작곡, 프로듀싱을 맡아 야심차게 들고 나온 솔로 앨범 'WILL'의 쇼케이스 무대에서 핑크빛 와이드 팬츠를 입은 채 자신만의 댄스 세계를 선보였다. 그의 어설픈듯 멋스러운 댄스는 묘하게 와이드 팬츠와 어우러져 큰 웃음을 선사했다. '뮤직뱅크' '엠 카운드 다운' 무대 위에서도 늘 와이드 팬츠와 함께였다.
그의 댄스 재주는 '음악의 신2'에서 정점을 찍었다. 정진운은 최근 종영한 Mnet '음악의 신2'에 출연해 LTE엔터테인먼트의 걸그룹 'C.I.V.A'에게 자신의 댄스 세계를 전수했다. 방송 이후 정진운은 '춤신춤왕'으로 불리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SNS를 통해 끊임없이 회자됐다. MBC '라디오 스타' 등 이어 출연한 예능에서도 그는 2AM 활동 중에는 볼 수 없었던 예능감을 한껏 드러내며 존재감을 알렸다.
정진운은 신곡 쇼케이스 자리에서 통바지에 대해 "사람들이 날 보고 즐거움을 느꼈으면 좋겠다. 이 바지를 입은 것도 같은 이유다. 멋있어 보이려 하지 않았다. 난 멋있으려 하면 오히려 이상해지더라. 즐거움을 위트를 전하고 싶다"라고 밝힌 바 있다.
정진운의 바람대로 그의 통바지는 사람들을 여럿 즐겁게 만들고 있다. '춤신춤왕' 타이틀을 대표하는 와이드 팬츠가 즐거움을 줄 수 있었던 건 난해하거나 우스꽝스러워서만은 아닌듯 보인다. 그의 진솔한 매력과 음악적 스타일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매력을 끌어내고 있다. '라디오 스타'에서 "춤의 기본은 티셔츠와 바지 라인의 일치다. 오늘은 앞 라인 연결로 섹시함을 추가해봤다"라고 설명한 그의 말은 농담같이 들리기도 하지만, 실제 와이드 팬츠의 넓은 통은 움직임을 더욱 크고 역동적으로 보이도록 만들고 있다. 동작을 따라가며 펄럭이는 천이 춤을 더욱 생동감있게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또 정진운의 와이드팬츠는 락커로 홀로서기를 시작한 그의 심경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그간 2AM의 발라더 정진운으로서 보여줬던 차분하고 정제된 패션 스타일과는 전혀 다른 행보다. 즉 더욱 자유로워지고 우스워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선택이자 잘하든 못하든 마음껏 끼를 방출하도록 돕는 도구가 됐다. 정진운은 펄럭이는 바짓단과 같이 아이돌 그룹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개성을 펄럭이며 대중과 소통하고자 하는 듯 보인다.
와이드팬츠에는 그가 추구하는 음악적 색깔 역시 담겼다. 정진운의 스타일링을 담당하는 박만현 스타일리스트에 따르면 "(정)진운이가 영국 빈티지 락 밴드에 관심이 많기에 그들에게 모티브를 얻어 빛바랜 컬러감과 풍성한 볼륨감의 팬츠 실루엣으로 좀 더 자유로운 감성을 불어 넣고싶어 했다. 이는 음악적인 색깔과 그리고 진운이의 취향, 그리고 스타일리스트의 감각이 섞인 결과물이다"며 와이드팬츠의 활용 이유를 밝힌 데서 알 수 있다.
정진운의 통바지엔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적 세계는 물론 핫한 패션 트렌드, 거기다 스스로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개인적인 의미까지 담았다. 그러니 이토록 화제가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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