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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에 프로가 산다]⑭일일 지도자로 나선 이근호와 이창민의 격돌,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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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아니고 이렇게 힘을 딱 줘서 차란 말이야."

햇볕이 쨍쨍하게 내리쬐던 7일 제주 남주고등학교 운동장. 난데없이 불호령이 떨어졌다. K리그 클래식 제주 유나이티드의 '돌격 대장' 이근호(31)가 떴다. 혼자가 아니었다. 신태용호의 일원으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나서는 미드필더 이창민(22)도 함께 왔다. 프로스포츠 발전을 위해 스포츠조선과 한국프로스포츠협회가 공동으로 펼치고 있는 대국민 특별캠페인 '이웃집에 프로가 산다'의 13번째 주인공은 이근호와 이창민이었다.

이근호와 이창민이 70여명의 남주고등학교 학생들 앞에 섰다. 두 선수의 등장에 마치 걸그룹이라도 등장한 듯 학교가 들썩였다. "근호형! 저 진짜 팬이에요.", "창민이형! 실제로 보니 더 미남입니다."

한창 혈기 왕성할 사춘기의 남학생들. 과연 제대로 통제나 될까. 하지만 기우였다. 이근호와 이창민 앞에서 순한 양이 됐다. "야! 두 줄로 서서 준비해. 이래서 시작할 수 있겠어?" 이근호의 한 마디에 학생들이 신속하게 움직였다.

본격적인 교육에 앞서 두 팀으로 나뉘었다. 이근호 팀과 이창민 팀. 두 선수가 자신만의 커리큘럼으로 학생들을 지도한 뒤 경기를 치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학생들에게 지도를 받고 싶은 선수를 택하라고 했다. 일방적으로 이근호에게 쏠렸다. "조금 서운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죠." 이창민이 쓴웃음을 보였다. 이근호는 "너 올림픽 다녀오면 역전 되겠지"라며 여유를 부렸다.

두 팀으로 나눈 뒤 각자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근호는 공격수 답게 2대1 패스 후 슈팅, 드리블, 헤딩 슈팅 등 공격 기술에 대해 가르쳤다. 이창민은 패스를 주고 받는 연습과 킥 정확도를 키우는 훈련을 실시했다.

현격하게 다른 지도 방법. 스타일도 정반대였다. 이근호는 엄한 아버지 같은 강한 카리스마로 학생들을 주도했다. "그렇게 해서 되겠냐. 형이 하는 거 잘 봐. 이렇게 임팩트 순간까지 힘을 빡 주고 차야지." 하지만 아이들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와 근호 형 허벅지 좀 봐.", "방금 근호 형 종아리 핏줄 봤어?"

이창민은 자상한 어머니 처럼 부드러웠다. "공을 찰 때 디딤발이 너무 뒤에 있으면 정확하게 차기 어려워. 잘 맞춰서 한 번 차볼래?" 섬세하게 지도를 했다.

쉼 없이 진행된 트레이닝. 학생들의 숨이 턱 끝까지 차 올랐고 땀은 비오듯 쏟아졌다. 그러나 봐주는 법이 없었다. "어! 안 뛰어? 그래서 되겠어?" 학생들이 입에 단내를 풍기며 뜀박질을 이어갔다. 그렇게 1시간여가 지났다. 담금질은 끝났다. 이제 실전이 남았다. 팀 이근호와 팀 이창민의 대결이 펼쳐졌다.

이근호는 왼쪽 공격수로 나섰다. 이창민은 중원에서 팀을 조율했다. 경기 초반 두 선수는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최대한 학생들에게 공을 돌리며 경기를 관망했다. 학생들을 위한 일종의 배려였다. 하지만 이근호가 답답함을 느꼈던 모양이다. 하프라인까지 내려와 공을 받은 뒤 리오넬 메시를 연상시키는 단독 드리블 돌파를 선보였다. "이근호! 이근호! 이근호!" 쉬는 시간을 맞아 운동장을 둘러싼 남주고 학생들의 함성이 운동장을 뒤덮었다. 흡사 K리그 경기를 방불케 하는 열기가 느껴졌다.

이근호의 활약이 이창민을 자극했다. 이창민도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했다. 오른쪽 측면으로 뛰어들어가던 학생을 향해 전매특허인 롱패스를 찔렀다. 이창민의 찬 공이 포물선을 그리며 하늘을 가르자 학생들의 눈도 따라서 움직였다. "방금 공 봤어? 대박."

종료 휘슬이 울렸다. 경기는 팀 이근호의 1대0 승리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승자도 패자도 없었다. 초록빛 그라운드 위에서 모두가 승자였고 친구였다. 그리고 지도자로 나선 프로는 친근한 이웃이었다.

경기가 마무리 되고 학생들의 소감을 들어봤다. 김세훈군(18)은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TV에서만 보던 축구 스타들과 함께 공을 차다니 지금도 믿기지가 않는다. 실제로 만나보니 훨씬 잘생기고 축구도 진짜 잘한다"며 엄지를 세웠다. 김민철군(18)은 "어릴 때부터 축구를 너무 좋아했다. 프로 선수들과 꼭 한번 같이 해보고 싶었다"면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