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승부조작 사건으로 NC 다이노스(구단주 김택진)는 2011년 창단 이후 5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미 자수 형식으로 승부조작을 시인한 국가대표 출신 선발 투수 이태양이 재판(8월 5일)을 앞두고 있다. 또 간판투수인 이재학이 경찰의 승부조작 내사 리스트에 올랐다. 경찰은 조만간 이재학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NC 구단이 보여주고 있는 위기의식과 대처능력은 심히 우려스럽다.
지난 7월 20일 이태양의 승부조작 사건이 터지자 NC는 이태일 대표이사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NC 구단은 언론의 승부조작 보도 후 신속하게 대처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창원지검은 바로 다음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태양 사건의 전모를 공개하고 이태양을 기소 처리했다. 검찰 관계자는 "NC 구단의 협조로 수사가 잘 마무리됐다"고 했다. 검찰이 기자회견 보도자료에서 '자수'라고 명기한 부분에 대해선 NC 구단의 설명과는 좀 차이가 있었다. NC 구단에선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이태양이 구단에 승부조작 사실을 알려왔다"고 했다. 검찰이 이태양 사건의 내사를 시작한 건 5월부터라고 했다. NC 구단이 이태양에게서 승부조작 자백을 받은 게 6월말이다. NC는 6월 28일 이태양을 1군 말소했고, 이태양은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NC 구단 수뇌부는 3주 넘게 전전긍긍했다. 구단 고위 관계자들은 검찰 발표 보다 언론을 통해 이태양 사건이 먼저 터지자 사과문 한장을 내고 뒤로 숨어버렸다. 사과문에 적은 팬들에 대한 미안함과 향후 재발 방지 대책은 전혀 새롭지 않았다. 자세한 설명도 없는 '윤리감사관' 제도를 구단 내에 신설하겠다고 했다. 책임만 통감했다고 말했지 누구도 책임지고 물러나겠다고 하지 않았다. 또 제대로 된 기자회견을 통해 고개를 숙이지도 않았다.
또 NC 구단은 자신들의 이번 부끄러운 과오를 홈페이지에 올리지 않았다. NC 구단은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매일 언론보도 목차를 정리해서 올리고 있다. 미디어에 나온 NC 구단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태양 관련 기사가 100건 이상 쏟아진 21일부터 5일간은 빠져 있다. 실무자의 단순 착오라고 치부하기에는 NC 구단의 일처리가 석연치 않다.
NC 구단은 다른 팀에 없는 변호사까지 직원으로 두고 있다. 이런 비상사태에선 구단 발표문의 글자 하나까지 검토하고 내보는 게 당연하다. 구단의 얼굴인 홈페이지에 구단의 역사관을 의심하게 만드는 이런 누락 행위는 실수라고 보기 어렵다. 새롭게 태어나려면 통렬한 반성이 먼저다. 현재의 아픈 곳을 가리려해서는 안 된다.
NC 구단의 승부조작 파동은 이태양건으로 일단락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경기북부지방경찰청에서 이재학의 승부조작 내사를 시작하면서 다시 혼란에 빠졌다.
NC 구단의 일처리는 이태양 사건 때보다 더 미숙했다. 아직 이재학 사건은 경찰이 승부조작을 의심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경찰 내사과정에서 이재학으로 추정할만한 단서가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지만 실명 공개는 되지 않았다. 그런데 NC 구단은 주변의 압박을 견디지 못했다. 29일에는 구단 자체 조사에 한계를 느낀다는 내용의 발표문을 냈고, 30일에는 이재학의 실명을 처음 공개하면서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경찰이 먼저 실명을 공개하지도 않았는데 구단이 이재학의 이름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제9구단으로 출범한 NC는 그동안 온실 속의 화초처럼 성장했다. KBO와 KBO리그 팀들이 출범 단계부터 전폭적으로 도와줬다. 창원시와 신축 경기장 부지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을 때 야구계는 하나가 돼 NC를 응원했다.
하지만 이번 승부조작 사건으로 NC는 내부 관리 체계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는 걸 만천하에 드러냈다. 승부조작은 프로 스포츠에서 가장 치명적인 범죄다. 만만하게 봤다가는 NC 구단은 물론, KBO리그 근간이 무너질 수도 있는 문제다. NC 경영진이 지금까지 보여준 자세와 대처 능력으로 이같은 일의 재발을 막을 수 있을 지 의문스럽다.
NC 다이노스는 창단하면서 '정의 명예 존중'을 내세웠다. 이태일 대표가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NC 구단의 모기업인 엔씨소프트는 야구단이 그동안 얼마나 정의롭고 명예롭게 다른 구단을 존중하며 한국야구 발전에 기여했는 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