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 런던(영국)=임종훈 통신원]우사인 볼트(30·자메이카)는 유쾌했다. 사회자가 자신을 소개할 때 "'어마어마한'이라는 단어를 잊지 말아달라(Don't forget 'awesome')"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옆에 앉은 사람들에게 계속 장난을 걸었다. 아이같이 천진난만했다. 동시에 자신감도 넘쳤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라는 타이틀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자신했다. 볼트를 영국 런던에서 단독으로 만났다. 볼트와의 인터뷰는 7월 말 열린 런던올림픽 4주년 기념 경기 이전에 열렸다. 그가 생각하는 리우 올림픽에 대해 들었다.
▶금메달
첫번째 화두는 '금메달'이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시작으로 2012년 런던까지 2개 대회 연속 100m, 200m, 4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이번 8월 리우에서 3개 대회 연속 3관왕에 도전한다.
욕심을 드러냈다. 그는 "모든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승'"이라며 "그 우승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올림픽은 특별하다. 볼트에게 마지막 대회다. 그는 "리우는 내 생애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했다. 이어 "내 생애 가장 큰 대회(big game)가 될 것이다. 너무나도 기대하고 있다. 우승으로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우승을 저지할 라이벌로는 자메이카의 후배 요한 블레이크(27)를 거론했다. "블레이크가 이번 대회에서 좋을 것 같다. 기대해볼만할 것"이라고 했다. 팀 후배의 기를 살려주기 위한 발언이었다. 블레이크는 올 시즌 다소 부진하다. 6월 자메이카에서 열린 대회에서 100m 9초94, 200m 20초29에 그쳤다. 볼트를 위협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볼트는 블레이크를 거론하면서 힘을 실어줬다.
블레이크만이 아니었다. 볼트는 또 한 명의 이름을 거론했다. 젊은피의 대표주자 트레이몬 브로멜(21·미국)이었다. 브로멜은 올 시즌 100m에서 9초84를 뛰었다. 볼트의 올 시즌 최고 기록인 9초88보다 100분의 4초가 빠르다. 볼트는 "브로멜의 발전을 눈여겨보고 있다. 올림픽이 재미있을 것"이라고 했다. 블레이크와 브로멜은 이야기했지만 저스틴 게이틀린(34·미국)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게이틀린은 7월 초 100m에서 9초80을 뛰었다. 올 시즌 최고 기록이다.
현재 리우 올림픽을 두고 걱정하는 시선들이 많다. 지카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있고 테러 위협도 심각하다. 볼트는 이에 대해 "절대 걱정하지 않는다. 내가 해야할 것에 집중할 뿐이다. 팀에서 모든 것을 확인했다. 내가 신경을 쓸 일은 아니다"고 했다.
▶그 이상
사실 볼트에게 기대하는 것은 '금메달'만은 아니다. 볼트는 100m와 200m 세계 최고 기록을 가지고 있다.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였다. 100m에서 9초58, 200m에서 19초19를 기록했다. 이후 7년동안 자신이 쓴 기록을 깨지 못하고 있다. 자부심은 대단했다. 볼트는 "미래의 일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내가 쓴 기록을 깰만한 다른 선수들이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그 기록을 깰려면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새 기록 작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볼트는 "새 기록 작성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나도 새로운 기록을 쓰고 싶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볼트는 특히 200m 기록에 큰 애착을 드러냈다. 그는 "200m 기록이 중요하다. 제일 많은 노력을 쏟는 종목이다. 개인적으로 200m를 뛰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 즐겁다. 꼭 200m에서 좋은 기록을 쓰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축구
볼트가 리우 올림픽을 기대하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바로 축구였다. 그는 "올림픽에 나설 때 마다 기회가 되면 축구를 보곤 했다"면서 "이번에는 특히 축구를 기대하고 있다. 네이마르가 보고 싶다"고 했다. 네이마르와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네이마르의 팬이지만 만난적은 없다"면서 "네이마르와 축구 비디오 게임을 하고 싶다. 네이마르가 꽤 잘한다고 하더라. 나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같이 한 판 한다면 즐거울 것"이라면서 웃었다.
맨유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볼트는 맨유의 열혈 팬이다. 직접 맨유를 방문하기도 했다. 그는 "조제 무리뉴 감독이 맨유를 맡았다는 소식을 듣고 상당히 기뻤다"며 "무리뉴 감독은 맨유에 딱 맞는 지도자다. 사실 루이스 판 할 감독이 있는 동안 나도 스트레스가 많았다. 이제 무리뉴 감독이 선수들을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기대했다.
볼트는 한국 팬들에게 인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태극기를 흔들면서 "한국팬들이 응원을 많이 해주고 있다.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