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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로스포츠사 바꾼 전북 대기록, 서막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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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로축구사에 이렇게 무시무시한 팀은 없었다.

전북 현대가 전대미문의 이정표를 세웠다. K리그 통산 최다 연속 무패 신기록이다.

전북은 3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K리그 클래식 23라운드 홈 경기에서 광주FC를 3대0으로 완파했다. 이날 승리로 전북은 K리그 23경기 연속 무패(14승9무) 신화를 달성했다. 종전 자신들이 보유했던 22경기(2014년 9월~2015년 4월) 연속 무패 기록을 한 경기 더 늘렸다.

단일 시즌으로 따지면 전북의 대기록은 프로축구사를 통틀어 최초다. 축구 뿐 아니라 한국 프로스포츠 종목 전체로 영역을 넓혀도 독보적인 기록이다.

▶대기록 속 기록

한국 프로스포츠 최다 연승 기록은 22연승이었다. 전북과 프로야구 SK 와이번스가 갖고 있었다. 프로농구에선 울산 모비스의 17연승, 프로배구는 현대캐피탈의 18연승이 최고 기록이다.

전북은 지난해 11월 29일 수원 삼성과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패한 뒤 245일간 무패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단 한 경기도 빠지지 않고 대기록을 견인한 선수가 있다. 골키퍼 권순태(32)다. 무패를 기록한 전 경기에 풀타임 출전했다. 필드 플레이어 중 최다 시간 출전 선수는 이재성(24)이다. 21경기에서 1985분을 소화했다. 필드 플레이어 중 최다 경기 출전 선수는 로페즈다. 22차례나 그라운드를 밟았다. 해당 기간 최다 득점 선수는 각각 8골씩을 기록한 레오나르도와 로페즈다. 전북은 연승 기간에 44점을 넣었다. 이 중 33%인 16점을 두 선수가 책임졌다.

▶공격 투자의 첫 열매, 녹색 DNA

전북은 이번 시즌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선수단을 이름 값 있는 선수들로 채웠다. 멤버 구성이 화려해졌다. 다른 팀에 가면 무조건 주전으로 활약할 능력있는 선수들이 벤치에 앉아 있을 정도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어 국내외 스타 플레이어들을 싹쓸이하는 중국을 겨냥해 'K리그에도 이렇게 투자하는 팀이 있다'라는 점을 확인시켜주고 싶었다. 화려한 멤버를 통해 세 마리 토끼 사냥을 꿈꿨다. K리그 3연패와 10년 만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우승, 그리고 경기의 질적 향상이었다. 사실 23경기 연속 무패는 최 감독의 시나리오 상에는 없었다. 그러나 워낙 뛰어난 선수들을 한 팀에 데려다 놓으니 예상치도 못한 기록들이 양산되고 있다. 공격적인 투자의 첫 열매다. 최 감독은 "리그는 장기전이고 늘 어느 시점에 고비가 오게 마련이다. 3~5월은 ACL 원정 경기가 맞물려 어려운 시기다. 올해 그 시기에 무승부가 많았는데 지지 않고 버텼다. 안방에선 좋은 경기를 했다. 리그는 3분의 2 시점이 지나면서 진짜 승부가 이어진다. 분위기나 팀 균형이 깨지지 않아야 한다. ACL 8강까지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전북만의 조직 문화도 대기록 달성의 원동력이다. 솔선수범하는 베테랑을 중심으로 똘똘 뭉치는 힘. '녹색 DNA'다. 최 감독은 "노장 이동국 조성환과 '주장' 권순태가 말보다는 팀을 위해 훈련이나 경기 때 행동으로 보여준다. 새 선수가 이적해 오면 그런 문화에 빨리 적응할 수 있다. 조직 문화라는게 강제로 주입하기는 어렵다. 선수들 스스로 그런 분위기 만들어왔다. 나는 전체적인 윤곽만 정해줬을 뿐"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기록, 서막에 불과해…

전북의 대기록. 서막에 불과하다. 애초에 계획했던 기록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기록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났다. 최 감독은 "차라리 중간에 한 번 졌으면 할 때가 있었다. 골을 넣으면 뒤로 물러나더라. 신기록 타이를 이루기 전 2~3 경기를 지키려다가 동점을 허용했다. '기록을 의식하지 말자'고 했는데 어느 시점부터 선수들이 그 부담에서 벗어났다. 까다로운 시기를 넘겨 큰 기록을 세웠다. 이제는 선수들도 부담을 느끼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전북은 시나리오 완성을 향한 본격 행보에 들어간다. 첫 걸음은 ACL이다. 전북은 다음달 23일 상하이 상강(중국)과 ACL 8강전을 치른다. 부상 중이던 이동국이 지난달 30일 광주전에 복귀했고, 1군 훈련에 합류해 몸 상태를 조율중인 에두도 8월부터 실전 감각을 끌어올릴 전망이다. 막강 화력이 기대된다. K리그 3연패도 진행형이다. 물론 변수는 있다. 심판 매수 의혹에 대한 프로축구연맹의 징계다. 승점 삭감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상식적인수준에서 승점이 깎여도 이미 '언터처블'이 된 전북의 독주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9월에는 중앙 미드필더 자원인 정혁과 신형민, 공격 2선의 이승기가 각각 안산과 상주에서 전역해 원 소속팀 전북으로 복귀한다.

FA컵을 놓쳐 아쉽게 '트레블(한 시즌 리그, ACL, FA컵 동시 우승)'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K리그 3연패와 ACL 우승을 달성하면 이 또한 역대 최초의 기록이 된다. 무시무시한 전북의 질주. 막판 스퍼트는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