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 감독이 FC서울의 지휘봉을 잡은 지 어느덧 한 달이 흘렀다.
미소도 있었다. 가장 큰 성과는 FA컵 4강 견인이었다. 하지만 아픔이 더 컸다. K리그에서는 여전히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6경기를 지휘했지만 결과는 초라하다. 1승1무4패, 승점 4점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그 사이 선두 전북 현대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리 달아났다. 2위를 지키고 있는 것이 오히려 다행일 정도다. 서울의 승점은 34점(10승4무8패), 전북은 48점(13승9무)이다. 두 팀의 승점 차는 무려 14점이다.
변수가 춤을 췄다. 주포 아드리아노의 6경기 출전정지 징계, 윤주태 고요한 김원식 이석현의 부상, 박용우의 올림픽대표 차출 등 악재가 쏟아졌다. 여름이적시장을 통해 야심차게 영입한 곽태휘도 종아리 통증으로 행보가 더디다.
실험도 병행해야 했다. 그러나 살인적인 일정에 숨돌릴 틈도 없었다. 황 감독은 3-5-2, 4-4-2, 3-4-3 시스템에 이어 24일 제주전에서는 4-4-2 시스템을 가동했다. 그는 스리백보다 포백을 선호하는 지도자다. 제주전에는 19세의 신인 임민혁 카드를 야심차게 꺼내들었다. 결과적으로 실패였다. 임민혁은 전반 9분 볼처리 미숙으로 제주에 선제골을 헌납했다. 전반 43분과 후반 1분 윤일록과 박주영의 연속골로 역전에 성공했지만 후반 26분 찬물을 끼얹는 레드카드가 나왔다. 임민혁은 전반 11분에 이어 26분 불필요한 파울로 경고 2회를 받아 퇴장당했다. 결국 서울은 수적 열세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제주에 재역전을 허용, 2대3으로 패했다. 제주는 임민혁의 퇴장 전까지 경기력이 썩 좋지 못했다. 서울은 원정에서 승점 3점을 챙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허공으로 날렸다.
임민혁을 탓할 이유는 없다. 어린 나이에 치른 프로 데뷔전이었다. 가능성을 인정받기에 충분했다. 문제는 벤치의 대응이었다. 임민혁의 경고 관리는 벤치의 몫이다. 황 감독은 경기 전 임민혁을 풀타임 기용하지 않겠다고 예고했다. 그랬으면 임민혁의 교체 타이밍은 더 빨랐어야 했다. 황 감독은 "경험적인 문제가 있었다. 심리적인 컨트롤이 부족했다"고 했지만 이미 차는 떠난 뒤였다.
교체 타이밍에 대한 부분은 그동안 줄곧 제기된 의문이다. 13일 전남과의 FA컵 8강전에서 120분을 소화한 윤주태는 17일 인천전에서도 후반 교체 출전하는 강행군을 했다. 윤주태는 올 시즌 줄곧 조커로 기용돼 왔다. 화력을 100%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예열이 필요했다. 그러나 무리수가 화근이었다. 그는 햄스트링을 다쳐 현재 재활 중이다.
벤치와 더불어 선수들의 집중력도 향상돼야 한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지만 축구도 흐름이 중요하다. 골을 넣을 기회가 있으면 어떻게든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 아니면 또 다른 위기가 문턱을 넘어온다. 그라운드의 진리다. 전북과 제주, 연패를 당한 두 경기를 면밀하게 살펴보면 골을 넣을 때 못 넣은 것이 패전으로 이어졌다. 안주하는 순간 눈물이다. 축구는 골로 말한다는 사실을 한 순간도 잊어선 안된다.
다행히 숨 쉴 틈이 생겼다. 일주일 간의 공백이 있다. 서울은 31일 포항과 K리그 23라운드를 치른다. 포항은 황 감독의 친정팀이라 사뭇 분위기가 미묘하다. 다만 더 이상의 추락은 곤란하다. 실험은 계속돼야 하지만 세밀한 리더십도 요구된다. 서울이 벼랑 끝에서 탈출할 수 있는 통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