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혜진 기자] 마동석이 만든 케미는 그 어떤 '로코'보다 우리를 설레게 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케미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해진 시대다. 뛰어난 연기력이나 스타 파워가 갖춰진 배우라 할지라도 상대 배우와의 합이 좋지 않을 땐 성공하지 못하는 사례들을 여럿 목격했다. 특히 액션과 수사물 등 마초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스릴러 장르는 남남 케미는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눈빛을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찌릿한 투샷은 몰입감을 더하는 최고의 요소다.
그런 투샷을 완성하는 절대 강자는 뭐니뭐니해도 마동석이다. 마동석은 드라마 '나쁜 녀석들'에 이어 '38사기동대' 등 안방극장은 물론 영화 '군도''이웃사람' 최근엔 '굿바이싱글'과 '부산행' 등에서 특유의 케미 제조력을 발휘하며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특유의 든든한 몸집에서 나오는 상남자 포스와 다소 거칠어보이는 마초적인 인상은 그 자체로도 존재감을 뿜을 뿐 아니라 박해진 유아인 서인국 등 날카로운 얼굴선을 가진 배우들과 묘하게 어우러지면서 시너지 효과를 낸다.
거친 말과 액션을 주고받지만 이상하게 러브라인만큼이나 설렌다. 그런 묘한 케미를 만들어내는 '케미제조기' 마동석의 브로맨스 케미 역사를 되짚어봤다.
박해진X마동석
마동석과 박해진은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을 통해 호흡을 맞췄다. 천재 사이코패스인 이정문 역의 박해진과 폭력조직 행동대장 박웅철 역의 마동석은 회를 거듭할수록 때로는 묵직한 의리로, 때로는 달달한 우정으로 호흡을 척척 맞추며 진한 감정을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나쁜놈들의 모임이기에 금방이라도 서로 죽일 듯한 눈빛을 하고 거칠게 대하다가도 함께 범인 소탕 작전을 펼치며 생긴 동지애를 그리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남자들이라 표현은 거칠지만 그 속에서 섬세한 감정선이 오가면서 시청자들을 설레게 했다.
마동석과 박해진의 케미는 드라마 밖에서도 이어졌다. 마동석은 박해진의 데뷔 10주년 기념 팬미팅 행사에 "해진아 사랑해"라고 적힌 문구의 화환을 보내기도 하며 진한 우정을 인증하기도 했다.
유아인X마동석
잠깐의 등장만으로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했던 영화'베테랑'의 마동석은 영화 속 찰나로 스친 유아인과도 더할나위 없는 케미를 선보였다. 형사 서도철(황정민)의 추격에 쫓기던 조태오(유아인)은 운전하던 차에서 내려 도망친다. 소란을 들은 마동석은 유아인에게 "나 아트박스 사장인데"라는 대사를 던지며 퇴장한다.
이는 잠깐이었음에도 불구 마동석이 지니고 있는 상남자 이미지와 아트박스 사장이라는 귀여운 이미지가 묘하게 어우러져 명장면을 탄생시켰다. 특히 절대 악으로 표현되는 유아인과 그럴 쫓는 형사 황정민의 카리스마를 뛰어넘어 더욱 위압감있는 모습을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서인국X마동석
최근 인기가도를 이어가고 있는 OCN 금토극 '38사기동대'에서는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뇌섹꾼' 양정도(서인국)과 세금징수 케미를 선보인다. 백성일은 상사에게 구박 받으면서도 가정을 위해 굳세게 살아가는 세금징수 공무원을 연기한다.
두 사람은 사기꾼과 피해자로 대면한 사이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서로의 상처를 알아간다. 티격태격하면서도 은근히 서로를 챙기는 모습은 사랑스럽다. 유치하게 몸싸움을 벌이기도 하고 싸움 호엔 유치장에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밥을 나눠먹고 담요를 함께 덮는다. 이런 두 사람의 케미는 극의 빠른 흐름과 어우러져 기록적인 시청률로 승승장구 하는 중이다.
지난 제작발표회 당시 마동석은 서인국에 대해 "여러 번 호흡을 맞췄다고 착각할 정도로 찰떡궁합이다. 눈빛만 봐도 서로 배려해준다. 서인국이 동생인데도 가끔 형 같을 때가 있다. 센스가 좋다"고 칭찬했다. 서인국도 마동석에 대해 "많은 걸 배우고 좋은 영향을 받았다. 함께 늙어가고 싶을 정도로 인간적인 호흡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는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리고 좀비X마동석
이런 마동석의 케미 손길은 인간계를 넘어 좀비에게도 뻗쳤다. 연일 최고기록을 갱신하며 천만행을 예고한 영화 '부산행'에서도 마동석은 어마무시하다. 마동석은 사랑하는 아내이자 만삭의 임산부인 성경(정유미)를 지키고자 고군분투하는 남편 상화 역을 맡았다. 막강한 체격으로 아내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좀비를 맨손으로 때려잡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좀비보다 더한 위압감과 짜릿함을 선사했다. 또한 툭툭 내던지는 말투는 석우 역의 공유와 독특한 케미를 형성해 영화의 웃음 포인트를 더하기도 했다.
케미라고 반드시 극 중 좋은 관계일 필요는 없다. 째려보고 죽일듯 때릴 때 긴장감과 묘한 케미가 생기는 건 마동석이 그만큼 감정교류와 호흡에 신경썼다는 뜻이다. 또 스크린이나 브라운관 뿐 아니라 실제로도 후배나 동료들을 살뜰히 챙기는 마동석의 모습은 케미를 만들어 낼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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