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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게임산업도 '스포츠맨십'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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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석 기자석] - 게임산업도 '스포츠맨십'이 필요하다!



스포츠는 이른바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한다.

선수들이 각자 최선을 다한 끝에 나오는 결과이기에 팬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패자는 또 다시 아픔을 겪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더욱 채찍질 하고, 승자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역시 연마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이는 전체적인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고, 다시 시작된 승부를 팬들은 흥미진진하게 바라볼 수 있다. 또 스포츠는 반칙이나 꼼수에 대해선 반드시 페널티를 부과, 정정당당한 승부를 유도하기에, '스포츠맨십'이라는 말도 널리 통용된다.

그렇기에 국내외 스포츠에서 잊을만하면 터져나오는 승부조작에 대해 분노와 허탈감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지난 2012년 프로야구 전체를 흔들었던 승부조작의 상흔이 아물기도 전, 지난주 프로야구에는 또 다시 파문이 일었다. NC 투수였던 이태양은 아무런 죄의식 없이 2000만원을 받고 불법행위에 동참했고, 삼성 안지만은 지난해 해외원정 도박에 이어 불법 도박사이트 개설 혐의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각 구단은 이들과의 계약을 바로 해지했고, KBO는 이들의 활동정지에 이어 대국민 사과문까지 발표했지만 이미 팬들의 시선은 싸늘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아무리 예방교육을 강화하고 윤리의식을 고취시킨다 해도, 선수들이 만연화된 검은 세력의 마수에 걸려들 위험성은 상존하고 있다. 불법 베팅사이트를 근절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이를 단호히 거절해야 하는 선수들의 마음가짐일 것이다. 높아진 위상과 연봉에 걸맞게 책임감도 높아져야 한다. 하지만 '나 하나쯤' 혹은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면 되지'라는 안이한 마음으로 인해 동료 선후배들이 함께 일군 삶의 터전이 위협을 받고 있다. '염치'(부끄러움과 체면)를 모르는 행동이며, '동업자 의식'은 온데간데 없는 셈이다. 한국프로야구 은퇴선수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스스로의 복을 걷어차는가? 정신 똑바로 차리고 부끄러운줄 알아야 한다. 모든 것을 잃고 난 뒤 정신을 차릴 셈인가"라며 불미스런 행동을 한 후배들을 강하게 질타했다.

이는 게임산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유저들이 좋아하고 즐길 게임을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는 많은 게임인들에게, 연일 터져나오는 넥슨 지주회사 NXC 김정주 대표의 공정하지 못한 행위와 의혹은 프로야구의 승부조작과 비슷한 의미로 다가오는 것 같다. NXC와 넥슨코리아를 비롯해 많은 계열사와 관계사들의 임직원은 물론이고 다른 게임사 직원들 역시 분노와 허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경영상 위험을 분산하기 위한 일종의 '보험용'이었다며 인정에 나름 호소했지만, 갈수록 불거지는 의혹은 할 말을 잊게 만든다. 이쯤되면 '나 그리고 우리회사만 잘 되면 된다'는 극단적인 이기주의라고밖에 할 수 없다.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이로 인해 게임계 전체가 비윤리적 집단으로 매도당하면서 '동업자 의식'마저 저버린 것이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 한 게임사 임원은 "주위 사람들이 게임사가 돈을 많이 번 이유가 이런 '반칙' 때문이냐라고 물을 때면 할 말이 없다"라고 자조할 정도다.

한국 게임산업은 2000년대 벤처 열풍이 남겨놓은 가장 자랑스런 유산이자, 젊은 CEO들을 대표적인 부호로 만든 히트상품이다. 김정주 대표를 비롯해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 스마일게이트 권혁빈 회장, 카카오 김범수 의장 등은 한국 30대 부자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노력 뒤에는 국내외 유저들의 전폭적인 애정이 담겨 있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국 게임산업은 전례없는 위기에 봉착해 있다. 지난 10년 가까이 드리워있던 각종 규제의 그늘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지만, 그러는 사이 이미 북미나 일본 등 기존 게임 선진국을 비롯해 막대한 자금과 인력, 그리고 풍부한 창의력을 앞세운 중국과 유럽에 이미 주도권을 뺏긴 상태다. 지금이라도 의기투합, 이들을 열심히 따라가기 위해 노력해도 쉽지 않을 상황인데 스스로 발목을 잡는다면 '게임 코리아'의 미래는 더욱 암울해진다.

그렇다고 여기서 주저 앉을 수는 없다. 단호하게 상처를 도려낸 프로야구처럼 '넥슨 사태'를 계기로 게임계도 불공정과 꼼수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절박했던 초심으로 돌아가 유저를 만나야 한다. M&A에 안주하거나 천편일률적인 게임의 양상 대신 창의력을 다시 복돋아야 한다. 게임 내에서 정정당당하게 겨뤄야 점수를 따고 레벨을 올리는 것처럼, '게임맨십'이라는 말이 '스포츠맨십'이란 말과 같은 의미로 쓰일 그날을 기대해본다.스포츠1팀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