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SBS가 아니라 tvN을 보는 듯 했다.
17일 방송된 SBS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인생게임-상속자'(이하 '상속자')가 시청자의 뜨거운 호평을 받으며 기분 좋은 시작을 알렸다.
'상속자'는 실제 금수저와 흙수저, 9명의 참가자가 한 곳에 모여 현실 속 자신의 위치는 모두 리셋하고, 인생게임을 위해 마련된 대저택 속에서 상속자부터 정규직, 비정규직까지 새로운 계급을 부여받아 코인을 획득하기 위한 게임 버라이어티다. 그동안 지상파 방송에서 찾아보기 힘든 두뇌 게임 예능이라는 것에 예고 단계부터 관심을 끌었지만, 두뇌 게임 버라이어티와 거리가 먼 지상파 방송이 잘 그려낼 수 있을지 걱정을 모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첫 방송 이후 항간의 우려는 모두 씻은 듯 내려갔다. 오히려 호평이 들끓었다. '상속자'가 일반 두뇌 게임 버라이어티가처럼 우리 생활과 동 떨어진 가상의 이야기를 그려내는 게 아니라 불평등한 한국 사회의 현주소를 그대로 반영했기 때문. 그야 말로 '한국사회 축소판'이라고 해도 손색 없었다. 방송 이후 네티즌들은 사이에서는 "SBS가 아닌 신선하고 기발한 콘텐츠로 젊은 시청자를 단단히 사로잡고 있는 tvN 프로그램을 보는 듯 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날 방송에서는 인생게임에 참여하기 위해 대저택에 9인의 참가자가 방문했다. 아이큐 156의 멘사회원인 유명웹툰작가(혹성거지), (준)재벌 3세(강남베이글), 국가대표 출신 수영선수(선수), 자산규모 수천억원 대의 기업 상속녀 자리를 포기하고 각종 알바를 섭렵한 알바여왕(엄지척), 특전사(네버다이), 모델(초유치), 플로리스트 겸 래퍼(불꽃남), 작곡가(제갈길), 흙수저 여대생(샤샤샤) 등 사회의 각양각색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이 각자 나름의 이유로 상금 천만원을 획득하기 위해 본격 인생게임에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현재 사회에서 자신의 위치와 이름을 모두 지우고, 게임 ID로만 서로를 부르며 많은 코인을 획득해 최후의 우승자가 되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게임이 시작되자 제비뽑기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눠 미션을 수행하며 코인 획득을 위해 나섰다. 하지만 순전히 '운'에 따라 결정된 계급은 출연자들이 미션을 수행하며 코인을 획득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대저택 청소하기 미션에서 가장 궂은 일을 하며 구슬땀을 제일 많이 흘린 비정규직들에게는 돌아온 몫이 전혀 없었다. 위의 계급에서 모두 코인을 가져가버린 것. 이에 비정규직들은 분노했고, 지금의 계급이 뒤집히지 않으면 상속자, 집사, 정규직들보다 더 많은 코인을 획득하는 것은 구조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게임 과정들은 한국 사회의 모습, 그대로였다.
신선하지 않은 구태의연한 예능 프로그램으로 인해 시청자의 외면을 받은 SBS가 선보이는 색다른 두뇌 예능 '상속자'. '동상이몽' '스타킹' '신의 목소리' '오 마이 베이비' 등 최근 대표 예능을 연이어 폐지 결정을 할 정도로 위기를 맞은 SBS의 숨통의 틔어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한편, 24일 일요일밤 10시 55분에 2회가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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