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팬드림'은 이대로 사라지는 걸까.
일본 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즈가 지난 겨울 영입한 좌완 투수 앤디 밴헤켄을 15일 웨이버 공시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경쟁력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정리를 결정한 것이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넥센 히어로즈에서 세이부로 이적한 밴헤켄은 올시즌 10경기에 등판해 1승도 거두지 못하고 4패, 평균자책점 6.31을 기록했다. 총 투구수 45⅔이닝.
초반부터 인상적인 투구를 보여주지 못했다. 성적 부진으로 3번이나 2군으로 강등되는 굴욕을 맛봤다. 지난해까지 히어로즈의 에이스로 활약했는데, 일본 프로야구에서 '먹튀'로 전락했다.
물론, 가성비 또한 낙제 수준이다. 세이부가 KBO리그 다승왕 출신인 밴헤켄 영입에 투입한 비용은 총 1억7900만엔이다. 37세의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좌완에 KBO리그 다승왕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해 히어로즈에 이적료까지 주로 데려왔다. 삼성 라이온즈를 거친 릭 밴덴헐크(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성공사례도 영향을 줬을 것이다. 좌완 선발 투수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을 것이다. 지난 8일 오릭스 버팔로스전(3⅓이닝 4실점)이 세이부 소속으로 밴헤켄의 마지막 경기가 되고 말았다.
세이부는 기다려주지 않았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밴헤켄은 "조금 더 기회를 갖고 싶다"며 의욕을 보였지만, 세이부 구단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구단 관계자는 밴헤켄의 웨이버 공시를 알리며,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더 주겠다고 했다. 세이부는 17일 현재 35승2패49패로 퍼시픽리그 6개 팀 중 5위, 팀 평균자책점 3.72로 이 부문 리그 4위다. 일주일 내에 다른 구단이 영입을 하지 않으면 밴헤켄은 자유계약선수로 풀린다. 현재 분위기를 보면 다시 기회를 잡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난 2012년부터 4년간 120경기에 등판해 58승32패, 평균자책점 3.54. 히어로즈 시절의 밴헤켄은 꾸준한 활약으로 팀에 기여했다. 2014년에는 20승으로 다승왕에 올랐고, 지난 시즌에는 15승을 거두며 에이스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직구 스피드가 빠른 것도 아니면서, 포크볼이 날카롭지도 않고, 제구력 또한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선발 투수로서 역량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밴헤켄은 최근 3경기 모두 5회를 채우지 못하고 강판됐다. 난타를 당한 건 아니지만, 4사구가 많았고, 실점 위기에서 버텨내지 못했다. 일부에서는 KBO리그에서 다승왕을 차지했다는 사실에 고개를 갸우뚱 하기도 했다. 밴헤켄은 2012년 KBO리그에 첫 발을 디뎠을 때도 오랫동안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를 들었지만, 적응했다. 그 때도 스피드가 떨어진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나 일본 프로야구는 또 다른 무대였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