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틴 니퍼트(두산 베어스)는 '무관의 제왕'이다. 작년까지 5년 동안 국내 무대에서 뛰면서 타이틀 홀더가 된 적은 없다. 올해는 다르다. 불펜 투수 영역인 세이브, 홀드를 제외하면 모든 부문에서 1위를 노려볼 수 있다.
전반기 그의 성적은 가히 압도적이다. 16경기에 선발 등판해 12승2패 3.26의 평균자책점으로 다승과 평균자책점, 승률(0.857) 부문 선두다. 삼진도 99⅓이닝 동안 92개 솎아내며 팀 동료 보우덴(97개) KIA 타이거즈 지크(95개)에 이어 3위다. 지난 4월20일 수원 kt전처럼 11개의 삼진을 뽑아내는 경기가 나온다면 역전도 가능하다.
니퍼트는 KBO리그 첫 해인 2011년이 커리어 하이다. 29기에서 15승6패, 2.55의 평균자책점에다 150개의 삼진을 잡았다. 이 때가 다승 3위, 평균자책점 2위, 삼진 2위였다. 당시 거의 모든 타이틀은 KIA 윤석민 몫이었다. 다승(17승), 평균자책점(2.45), 삼진(178개), 승률(0.773) 등 선발투수가 받을 수 있는 타이틀은 모두 거머쥐었다.
니퍼트도 지금의 페이스라면 4관왕 대기록을 만들 수 있다. 선동열(1989~1991년) 윤석민에 이어 역대 3번, 외국인 선수로는 최초로 KBO 역사책에 이름을 아로새길 수 있는 기회다. 다만 몸상태가 멀쩡해야 한다.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꾸준히 등판한다는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그는 5월19일 교통사고를 당한 뒤부터 몸 상태가 완벽하지는 않다. 투구에 지장을 줄 만큼 큰 통증을 느낀 건 아니지만, 허리나 등 쪽에 몇 차례 불편함을 호소했다. 대표적인 경기가 지난 6일 잠실 넥센전이다. 6회까지 97개의 공을 던지며 5안타 3실점한 그는 7회 마운드에 서지 않았다. 평소라면 한 타자 더 상대했을텐데 곧장 불펜 투수에게 바통을 넘겼다. 당시 두산은 5회부터 불펜 투수를 준비시키고 있었다.
결국 개인 첫 타이틀, 나아가 다관왕을 위해선 몸 관리가 중요하다. 코칭스태프도 매 경기 그의 컨디션을 체크하며 투구수와 이닝수를 조절한다는 계획이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