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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도 OK" 박경수의 꿈같았던 올스타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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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언제 또 이렇게 큰 상을 받아보겠습니까."

kt 위즈 캡틴 박경수에게는 꿈같은 이틀이었다. 홈런레이스 1위도, 올스타전 MVP 자리도 아쉽게 놓쳤지만 박경수는 그저 싱글벙글이었다.

박경수는 감독 추천선수로 2016 시즌 KBO리그 올스타전 축제에 참가했다. 전반기 타율 2할9푼 13홈런 54타점의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비록 베스트12 자리는 두산 베어스 오재원에게 넘겨줬지만, 선수들 투표에서는 박경수가 당당히 드림올스타 2루수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올스타전 무대를 당당히 누빌 자격이 있었다.

15일 열린 홈런레이스에서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박경수는 홈런레이스 참가자가 아니었다. 그러나 SK 와이번스 이재원이 발목 부상 후유증으로 인해 참가를 포기하며 같은 드림올스타 소속의 박경수에게 기회가 돌아갔다. 사실 박경수를 주목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윌린 로사리오(한화 이글스) 에릭 테임즈(NC 다이노스) 최형우(삼성 라이온즈) 등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선수들이 즐비했다. 그러나 박경수는 예선 5홈런을 쳐내며 결승에 올랐고, 결승에서 LG 트윈스 루이스 히메네스와 극적인 승부를 벌였다. 히메네스가 9아웃에서 마지막 결승 홈런을 때려내 박경수를 울렸다. 박경수는 "예선전을 치르고, 한참을 쉬었다 다시 치려 하니 그게 오히려 힘들었다"고 말했다.

16일 올스타전 본경기 전 번트왕 대회에도 참가하며 그 누구보다 바쁘게 축제를 즐긴 박경수. 본경기에서도 대형 사고를 칠 뻔 했다. 같은 드림올스타의 두산 베어스 민병헌이 선제 홈런에 2루타까지 때려내며 MVP 경쟁에서 선수를 쳤는데, 뒤늦게 교체 선수로 그라운드를 밟은 박경수가 5회 결승타에 7회 쐐기홈런까지 터뜨린 것. 박경수가 홈런을 친 뒤 민병헌이 홈런을 또 치지 못했다면 사실상 MVP는 박경수의 몫이 될 뻔 했다. 박경수는 홈런레이스에서도, MVP 경쟁에서도 아쉽게 동료들의 수상을 지켜봐야 했다.

박경수는 올스타전 경기 후 "홈런레이스도, MVP도 크게 아쉽지 않다. 이틀동안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지난해 올스타전에서는 한 타석밖에 나서지 못했는데, 내가 올스타전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는 것이 어디냐. 지난해부터 신승현(LG 트윈스) 형을 상대로 안타를 때려보지 못했는데, 조범현 감독님의 조언에 결승타가 나왔다. 꼭 보답을 해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수의 손에는 MVP 트로피만큼이나 값진 트로피가 들려있었다. 우수타자상. 박경수는 "내가 이런 무대에서, 언제 또 이렇게 큰 상을 받아보겠나. 이 상으로도 만족한다"며 밝게 웃었다.

박경수는 그래도 아쉬움이 남지 않을 수는 없었는지 "7회 병헌이가 홈런을 치고 들어오자 '축하한다'고 말해줬다"고 말해 큰 웃음을 선사했다. 박경수가 먼저 홈런을 치고 들어왔을 때는 다른 동료 선수들이 민병헌의 어깨를 주물러주며 박경수의 수상을 전망했다고 했다.

박경수는 마지막으로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후반기 나도, 팀도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