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스타전이라 볼 수 있는 장면. 이승엽이 번트를 댔다.
드림올스타의 이승엽이 정규시즌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번트 안타를 만들어냈다. 16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6 KBO 올스타전서 이승엽은 5번-지명타자로 선발출전했다. 2-3으로 쫓아간 4회말 1사 3루서 이승엽은 뜬금없이 번트 모션을 취했다. 초구엔 스퀴즈번트를 댔으나 아쉽게 공이 높이 뜨며 파울. 이승엽에 대한 시프트로 3루수가 유격수쪽으로 치우쳐 있었던데다 뒤쪽으로 수비위치를 잡고 있어 이를 역이용한 이승엽의 꾀였다.
한번만 하고 그만둘 줄 알았는데 그 뒤부터는 대놓고 번트 모션을 취했다. 3루수 박석민은 '설마'하는 마음에 계속 시프트로 옮긴 자리를 고수. 볼 2개가 들어온 이후 4구째에 이승엽이 진짜 번트를 댔다. 3루수가 달려오기엔 너무 먼 거리라 3루쪽으로만 구른다면 3루주자가 충분히 홈을 밟고 이승엽 역시 1루에 살 수 있었다. 그러나 타구는 투수 송창식 앞으로 굴렀다. 번트 실패가 예상되는 상황.
송창식은 먼저 3루쪽을 봤다. 그런데 3루수 박석민이 3루로 오기엔 여전히 멀었다. 다시 몸을 돌려 1루로 던졌으나 이승엽의 발이 더 빨랐다. 세이프. 3루수 박석민은 진짜 이승엽이 번트를 대자 연신 웃었고, 2루수 정근우도 웃으며 이승엽에게 타박을 하는 장면이 TV로 비치기도 했다.
이후 양의지의 좌익수 플라이로 3루주자 민병헌이 홈을 밟아 3-3 동점. 이닝이 끝난 뒤 정근우는 다시한번 이승엽을 타박하며 주먹으로 이승엽의 어깨를 한대 툭 치기도 했다.
이승엽이 번트를 댄 것만으로도 충분한 볼거리가 된 올스타전이었다. 고척=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