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진정한 상생을 원한다."
15일 오전 10시 35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회의실에서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한국독립PD협회(이하 외주제작 3개 단체)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은 KBS가 KBS미디어, KBS N 등 계열사와 공동출자한 드라마 예능 제작사 몬스터 유니온의 8월 출범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기 위해 개최됐으며 송규학 한국독립PD협회 회장과 안인배 (주) 코엔미디어 대표가 참석했다.
이날 외주제작 3개 단체가 힘주어 지적한 부분은 3가지다. 첫번째는 공영 방송 KBS가 방송 콘텐츠 전문 제작사 몬스터 유니온 설립의 타당성 여부다. KBS는 공영방송이기 때문에 국민 수신료로 운영된다. 그러나 몬스터 유니온을 설립, 운영하며 방송사 경영 난항을 극복하겠다는 것은 결국 KBS가 '국민의 볼 권리'가 아닌 방송사의 이윤 추구에 집중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더이상 KBS는 공영 방송으로서의 가치를 갖지 못하게 된다.
송규학PD는 "KBS는 공영방송이다. 그렇게 할거라면 수신료를 아예 포기하고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말하고 싶다. 수신료를 받아 운영하면서 공영성 보다는 시청률 잘 나오는 프로그램에 인력과 자본을 투자하는 식으로만 하고 있다. 요즘은 KBS마저도 다큐멘터리 슬롯이 너무 많이 없어졌다. 공영성을 더 강조해도 모자랄 판에 어떻게든 더 수익을 내겠다는 쪽으로 몰고가서 안타깝다"고 밝혔다.
두번째는 진정한 상생에 대한 대목이다. KBS의 몬스터 유니온 설립은 방송 시장 전체를 뒤흔드는 사건이 될 것이며 결국 KBS의 욕심 때문에 외주제작사나 외주PD들은 하청업체, 혹은 방송사의 프리랜서로 전락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안인배 대표는 "KBS에 묻고 싶다. KBS는 계속 자회사를 통해 외주 제작사와 협업, 공생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왜 자회사가 아닌, KBS와는 상생할 수 없는 것인가. 또 KBS에서 말하는 진짜 상생의 의미가 무엇인지도 묻고 싶다. 현재 외주제작사 상황은 무척 어렵다. 제작비가 많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권리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방송사에서 제작비를 지원해주는 대신 모든 저작권을 요구하는 게 현재 우리나라 방송가의 모습이다. 그렇다고 제작비를 많이 지원해주는 것도 아니다. 방송사는 직접비로만 계산해서 제작비를 지원해주는데, 이런 구조로는 수익이 날 수가 없다. 수익이 생겨야 우리도 콘텐츠를 개발하고 투자를 하는데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렇다면 권리라도 줬으면 한다. 사실 우리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이 바로 저작권 정상화"라며 해외 시장의 예를 들었다.
이에 따르면 영국은 2013년 방송법을 개정했다. 제작사에서 저작권 등의 권리를 갖고 방송사는 방영권만을 갖도록 지정한 것이다. 이후 시장 규모가 달라졌다. 전체 시장규모는 2012년 1조 13억 원에서 2013년 이후 5조 4000억 원이 됐다. 그중 해외 수출 수익은 2013년 기준으로 1조 7000억 원이다. 국내 방송 제작사 시장은 2014년 기준 1조 수준밖에 안된다.수치상으로 봐도 확연한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외주제작 3개 단체는 이런 경제적 효과를 근거로 저작권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안인배 대표는 "우리는 지금 편집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리조차 없다. 그런데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에게 권리가 있다면 어떻겠나. 내 콘텐츠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좀더 좋은 시장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콘텐츠의 질이 달라지게 된다. 그래서 우리도 시도를 계속해왔다. 제작비를 거의 받지 않는 대신 권리를 요구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바로 '태양의 후예'나 '심폐소생송'과 같은 프로그램들이다. 그렇게 조금씩 방송 제작 환경을 개선시켜나가고 있는 찰나 KBS와 같은 거대 기업이 제작사를 만든다는 것은 외주제작사를 없애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외주제작 3개 단체는 방송사 뿐 아니라 정부적인 차원에서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현 방송 시장 자체가 침체되어 있는데, 그 이유는 방송사나 제작사들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안 대표는 "이후 대응에 대해서도 논의 중이다. 우리는 이번 협의를 통해서 방송사와 같이 살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정부가 나서서 정책적으로 정리해주지 않으면 우리 방송 산업은 정말 굉장히 심각하고 어려운 상황이 된다. 방송 산업이 성장 기로에 있다. 이제는 벼랑 끝에 왔다. 방송사도 살고 우리 제작사도 살고 방송 산업이 한단계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나서서 줄세워주지 않으면 굉장히 심각한 사태가 될 거라 생각한다. 우리는 단순히 KBS에만 몬스터유니온을 설립하지 말아달라는 차원이 아니다. 정부가 나서서 같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 방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방송국의 문제는 정책 부재의 문제도 있다고 생각한다. 광고 시장은 뻔한데 방송사 숫자는 너무 많다. 나눠먹기가 되니까 방송국이 힘든 상황을 나라에서 만든 거다. 그에 대한 책임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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