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블(리그·ACL·FA컵 한 시즌 동시 우승)', 올 시즌 전 최강희 전북 감독(57)이 품었던 꿈이다. K리그 3연패,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 FA컵 4회 우승이란 청사진을 그렸다. 꿈의 현실화를 위해 맞춤 옷도 준비했다. 겨울 이적시장에서 폭풍 쇼핑을 통해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싹쓸이 했다. 막강 자본력을 앞세워 트레블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그동안 잘 버텼다. 시즌 초반 불안한 경기력에 대한 우려와 5월 심판매수 의혹이 불거졌지만 시나리오는 예상대로 진행됐다. 하지만 잘 맞물려 돌아가던 톱니바퀴가 삐걱거렸다. FA컵 우승이 날아갔다. 전북은 13일 K리그 챌린지(2부 리그) 부천FC1995와의 2016년 하나은행 FA컵 8강 홈 경기에서 2대3으로 역전패했다.
충격이 컸다.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상대가 챌린지 소속 팀 이었고, 이번 시즌 안방에서 당한 첫 패배였다. 가장 뼈 아팠던 것은 알고도 당했다는 점이다. 상대가 뻔히 '선 수비 후 역습' 전략을 펼 것에 대비했지만 준비했던 것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 오히려 부천의 세 차례 강력한 카운터 펀치에 녹다운이 됐다. 최 감독은 "상대가 어떻게 나올 것이란 것을 알았지만 내 대응 능력이 떨어졌다"며 자책했다.
결과적으로 '트레블'을 놓친 것은 아쉽다. 그러나 최 감독은 FA컵에 큰 미련을 두지 않았다. 최 감독은 "선수들에게 잘 졌다고 얘기해줬다. 항상 FA컵 경기가 리그 중간에 있기 때문에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중요한 대회와 겹치게 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다음 경기까지 지장을 받게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당장 전북은 리그 19경기 연속 무패(10승9무) 행진의 기로에 선다. 충격적인 패배 뒤 원정 2연전을 치러야 한다. 먼저 16일 제주로 날아가 클래식 20라운드를 갖는다. 최 감독은 "제주 원정이 절대 만만치 않다"고 평가했다. 전북은 지난 3년간 제주와의 상대 전적에서 우위를 빼앗긴 적이 없다. 2013년 2승→2014년 2승1무1패→2015년 3승1패로 앞서있다. 그러나 최 감독은 시즌 첫 연패에 빠지면 20일 서울 원정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계획이 약간 틀어지기도 했다. 최 감독은 부천전에서 경기가 잘 풀릴 경우 선발 출전한 미드필더 이재성을 45분만 소화시키려고 했다. 제주전을 위한 포석이었다. 그러나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서 이재성에게 풀타임을 주문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라이언 킹' 이동국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아직 재활 훈련에 돌입하지도 못한 상황이고, 주전 중앙 수비수 임종은은 포항전 사후징계로 두 경기 출전정지를 당했다. 리그 무패 행진이 끊어질 수 있는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선수들의 충격 여파를 최소화 시키는 것이 최 감독의 역할이다. 최 감독은 "문제는 있지만 빨리 회복해야 한다. 선수들이 실망하지 않아야 한다. 리그에서 계속 좋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선수들의 정신력을 믿어야 한다"고 전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