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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전반기 최고 히트상품, 장민재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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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 볼수록 신뢰감이 커진다. 동시에 앞으로 얼마나 더 발전할 수 있을지도 궁금해진다. 우완투수 장민재는 한 마디로 한화 이글스가 2016시즌 전반기에 거두 최고의 히트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팀은 역전패를 당했지만, 12일 잠실 LG전에서 장민재는 다시 한번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냈다.

이날 장민재는 갑작스럽게 마운드에 나왔다. 한화가 '대LG전 맞춤선발'로 투입한 베테랑 송신영이 1회말 1사 1루에서 내야 수비 도중 갑작스러운 부상을 당하면서 팀 전략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다. 어차피 송신영에게 긴 이닝을 기대한 건 아니었다. 아무리 그래도 1회에 불과 13개의 공을 던진 시점에서 교체되는 건 김성근 감독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시나리오다. 예고없이 불쑥 찾아온 부상 때문에 벌어진 돌발 사태였다.

전반기의 마지막 3연전 첫 경기인만큼 불펜진의 여력은 충분했다. 하지만 문제는 미리 등판을 준비시킬만큼의 여유는 없었다는 것. 투수가 실전에서 마운드에 서려면 미리 몸을 풀어놔야 하는데, 그 시간 여유가 없었다. 자칫 몸이 덜 풀린 투수가 나왔다가 난타당하기 십상이다.

그런데 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해결사로 등장한 인물이 바로 장민재였다. 어깨를 충분히 예열시킬 시간이 부족했음에도 장민재는 당당했다. 처음에는 몸이 덜 풀린 여파로 볼넷과 폭투, 내야안타를 허용하며 승계주자 1명을 홈에 불러들였지만, 이후부터는 철옹성같이 굳건한 모습으로 마운드를 지켜냈다. 결국 2회와 3회를 연속으로 삼자범퇴처리했다. 그리고 4회에 선두타자 히메네스를 3루수 실책으로 내보낸 뒤 채은성에게도 볼넷을 허용하고 교체됐다. 뒤를 이은 박정진이 실점없이 막은 덕분에 장민재는 2⅓이닝 1안타 2볼넷 무실점으로 임무를 마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한화는 이 경기에서 승리를 지키지 못했다. 그러나 비록 경기에는 졌더라도 장민재의 위력과 다양한 가능성은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선발이든 롱릴리프든, 그리고 어깨를 예열할 시간이 많든 적든, 심지어 연투이든 아니든. 장민재는 어떤 상황에서라도 공격적으로 자기 실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걸 입증해낸 셈이다. 이런 모습은 분명히 한화의 후반기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는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장민재는 현재 팀 사정과 감독의 운용 특성 때문에 다양한 상황에 전천후로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활용법이 어떤 측면에서는 장민재의 더 큰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장민재는 이제 겨우 26세의 젊은 투수로 향후 발전 가능성이 매우 크다. 특히 올해 선발로서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 특유의 든든한 배짱과 건강한 몸상태에 향상된 구위가 합쳐진 결과다. 아직 완성되진 않았지만, 잠재력은 충분하다. 때문에 장민재 개인 뿐만 아니라 한화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그 잠재력을 확실한 실력으로 만드는 게 필요하다. 완성형 선발로 클 수 있는 경험의 기회를 꾸준히 제공하는 방법을 고려해볼만 하다.

물론 중간과 선발을 오가면서도 경험은 쌓을 수 있다. 하지만 경험은 양에 못지 않게 질도 중요하다. 보직을 확실하게 부여받아 자신의 임무와 지향점을 명확히 인지한 상태에서 습득하는 경험이 선수에게는 더 큰 공부가 된다. 비록 전반기에는 팀 사정상 어쩔수 없었다고 쳐도, 후반기에는 고정 선발 기회를 주는 것도 바람직할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