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모 프로야구 선수는 수년전 다른 선수와 충돌 뒤 수시로 발생하는 어지러움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 MRI(자기공명영상) 등 검사 결과는 정상이어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데, 어지럼증 때문에 결장하기도 했다. 이런 일은 드물지 않다. 최희섭, 김태균, 채태인 등 스타 야구선수들이 검사해도 원인이 나오지 않는 어지럼증으로 고생한 사례다. 일반인 중에서도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하는 어지럼증을 겪는 사람이 꽤 있다.
▶ 뇌진탕 후유증…MRI에 안 잡히는 '미로 출혈'
미국 연구에 의하면 미국 프로야구 선수의 0.1%는 뇌진탕 후유증으로 추정되는 어지럼증을 겪고 있다고 한다. 특히 홈에서 블로킹을 많이 하는 포수에게 많이 생긴다. 보통 검사에서 이상이 없으면 심리적인 '트라우마'로 치부하는데, 그렇게 단정지으면 안 된다. 정원호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충돌 후 6개월이 지나도 어지럼증이 남아있으면, MRI로도 찾지 못하는 귓속 '미로(평형과 소리를 담당하는 부분)'의 미세한 출혈이 원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미로 진탕'이라고 부르는 데, 외부의 충격으로 미로에 문제가 생겨서 균형 감각 이상, 안구운동 장애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 손발의 감각, 목 등 신체 여러 곳에서 이상이 나타날 수 있다. 정원호 교수는 "대부분은 서서히 자연 치유가 되지만 정도가 심하면 이명이나 난청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병원에 가서 증상에 따른 물리치료 등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어지럼증은 운동선수 뿐 아니라 일반인 누구나 겪을 수 있다. 군인이나 공장·건설현장 등에서 안전모를 쓰고 일하는 사람에게 많이 생긴다. 헬멧이 오랜 기간 머리에 부딪히면서 생기는 미세한 손상(Mild traumatic brain injury)이 누적되면서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따라서 헬멧을 쓰고 일하는 사람은 두통이나 어지럼증이 자주 생기면 가볍게 넘기지 말고 이비인후과를 찾아가서 검사받아봐야 한다.
▶이석증 등은 원인 분명하고 치료도 잘 돼
어지럼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이석증이나 메니에르병이 흔한 원인이다. 미로 진탕은 검사를 해도 원인을 찾기 어렵고 치료도 쉽지 않지만, 다른 질병은 원인이 정확히 나오고 치료도 잘 되는 편이다. 이석증은 신체 균형을 잡아주는 귀 안의 전정기관에 붙어 있던 작은 돌(이석)이 떨어져 나와 세반고리관으로 들어가면 생긴다. 이석증으로 인한 어지럼증은 잠자리에 들기 위해 눕거나 아침에 일어날 때 등 머리의 위치를 바꿀 때 주로 발생한다. 물리치료로 돌을 제자리로 돌려보내면 환자의 80% 정도는 즉시 어지럼증이 사라진다. 나머지 20%는 반복적인 물리치료, 운동재활요법, 돌을 빼내는 외과적 수술로 좋아진다. 메니에르병은 림프액 증가로 귀에 압력이 높아지면서 어지럼증, 청력 이상, 이명 등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환자의 70% 정도는 약물치료로 호전된다. 약물이 잘 안 들으면 주사나 수술로 추가 치료가 가능하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