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이웃집에 프로가 산다] ⑬유한준, 초등 티볼팀 일일 선생님이 되다

by

"워어어~유한준 외쳐라!"

장맛비가 내린 지난 4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 실내연습장. 수원 천일초등학교 티볼팀 어린이 선수들이 부르는 유한준 응원가가 쩌렁쩌렁 울렸다. 어린 팬들이 자신의 응원가를 율동에 맞춰 부르자 유한준은 쑥스러워하면서도 입가에 미소를 숨길 수 없었다.

스포츠조선과 한국프로스포츠협회가 함께 하는 프로스포츠 대국민 스킨십 캠페인 '이웃집에 프로가 산다' 프로젝트. 열 세번째 주인공으로 kt 위즈 외야수 유한준(35)이 선정됐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넥센 히어로즈에서 FA(자유계약선수)가 된 유한준은 고향팀 kt로 이적했다. 4년간 총액 60억원에 계약했다. kt와 수원팬들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발 벗고 나서겠다는 유한준에게 '이웃집에 프로가 산다' 프로젝트는 뜻 깊은 이벤트였다.

수원 천일초등학교 티볼팀 23명의 어린이 선수들이 유한준과 만나는 행운을 얻었다. 티볼은 야구와 거의 비슷한 규칙으로 진행되는데, 투수 없이 티 위에 놓여져있는 공을 타자가 때리는 것이 다르다. 전문적으로 야구를 하는 학생들은 아니었지만, 유니폼도 갖춰입고 수원시 대회에도 출전하는 열정의 어린 선수들. 이 꿈나무들 앞에 유한준이 나타나자 환호성이 터졌다. 매너 좋은 유한준은 "비가 오지 않아 그라운드에서 뛰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비 때문에 실내 연습장에서 함께하게 돼 미안한 마음이다. 그래도 티볼 대회에 나가 공을 잘 칠 수 있도록 열심히 지도하겠다"고 했다.

타격 달인 유한준이기에, 티볼 선생님으로는 최고였다. 눈높이 교육을 준비했다. 유한준은 "티에 공을 놓았을 때, 배트가 맞는 부분을 정확히 4등분 하세요.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1-2-3-4번 입니다. 오른손 타자면 공의 4번 부분을, 바깥쪽으로 밀어낸다는 느낌으로 쳐야해요. 그래야 인-아웃 스윙이 돼서 공이 똑바로 강하게 날아갑니다"라고 설명했다. 유한준의 쉽고, 친절한 원포인트 레슨에 어린이 선수들의 타격이 금세 바뀌기 시작했다. 선수들은 직접 공을 치고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우와"하고 탄성을 내질렀다. 여자 어린이 선수들도 제법 강한 타구를 날리며 기뻐했다. 유한준은 23명 선수 전원을 한 명, 한 명 직접 세심하게 지도했다. 타격 자질이 조금 더 뛰어난 선수들에게는 고급 기술을 전수하기도 했다. 팀의 4번 타자 선수가 잘보이고 싶은 욕심에 팔로 강한 스윙을 하자 "야구 스윙은 절대 팔로 하는 게 아니에요. 하체를 이용해서, 빠르게 허리를 회전해줘야 좋은 타구가 나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합용 배트로 직접 타격 시범을 보였다. 미사일처럼 날아가는 타구를 본 어린이 선수들의 입이 떡 벌어지는 순간이었다. 수비도 해야하기에, 공을 던지는 기본 기술도 교육했다. 유한준은 과장된 동작을 섞어가며 "절대 어깨로 던지는 게 아니예요. 손 끝을 실밥에 걸쳐 회전을 줘야 공이 잘 날아갑니다"라고 설명했다.



아무래도 어린 선수들이다 보니, 재미있는 장면도 많이 연출됐다. 쉬는 시간, 미리 연습한 자신의 응원가를 율동에 맞춰 부르는 모습에 유한준은 감동을 받았다. 돌발 질문도 많이 나왔다. 한 선수가 "공 맞으면 죽을 수도 있어요? 맞아봤어요?"라고 묻자 유한준은 껄껄 웃으며 "많이 맞아봤지. 많이 아파"라고 답했다. 1m86의 유한준을 보고 "어떻게 하면 키가 커요?"라고 한 선수가 질문을 했다. 유한준은 엉뚱한 질문에도 "밥을 많이 먹어야 해요. 반찬 투정 하면 절대 안되고요. 그동안 많은 선수를 봤는데 안먹으면 키 안커요. 사실 저도 여러분 만할 때는 키가 크지 않았는데, 잘 먹어서 이만큼 컸어요"라고 성실하게 답했다.

예정된 1시간의 교육 시간이 훌쩍 지났다. 헤어져야 할 시간. 짧은 시간에도 처음 만났을 때 어색함은 온 데 간 데 없었고, 유한준과 천일초등학교 티볼팀 선수들은 많이 친해져 있었다. 라커룸으로 돌아가야 하는 유한준의 앞을 막아서며 포옹도 하고 악수도 나눴다. 유한준은 모든 선수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기념 촬영을 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유한준은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수원 어린이 팬들에게 내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 것 같아 기쁘다. 야구를 사랑하는 어린이 팬들의 마음에 오히려 내가 힘을 얻는 시간이 됐다. 이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더 열심히 뛰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6학년 신민서군은 "가르쳐주신 대로 치니 공이 정말 잘맞았다. 지금 우리를 가르쳐주시는 감독 선생님께 죄송하지만 프로 선수라 그런지 확실히 다르더라"며 "유한준 선수의 사인을 직접 받다니 꿈만 같다"고 말했다.

수원=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동영상=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