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네 차례 성폭행 혐의를 받아 세간을 충격에 빠트린 가수 겸 배우 박유천이 경찰로부터 무혐의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앞으로 그의 활동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유천은 지난달 10일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성 A씨에게 성폭행 혐의로 고소당했다. 16일과 17일 성폭행 혐의로 B, C, D씨 등 총 명에게 추가 고소당했고 이후 A씨로부터는 곧바로 고소 취하를 받았다. 박유천은 이에 맞서 20일 첫 번째 고소자인 A씨를 무고·공갈 혐의로 맞고소했고 B, C, D씨의 맞고소도 계획 중이다.
이렇듯 파문을 일으킨 박유천의 성폭행 혐의는 현재 서울 강남경찰서가 조사를 진행 중이며 현재 박유천의 첫 번째 성폭행 피소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성관계 당시 강제성이나 폭력, 협박 등의 정황이 없기 때문에 성폭행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 게다가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것도 무혐의 처분에 무게를 더했다.
경찰로부터 무혐의 처리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 박유천. 하지만 문제는 처참히 무너진 그의 이미지다. 성폭행 혐의는 벗는다 쳐도 잦은 유흥업소 출입이나 여러 여성과 성관계를 맺은 점은 사실. 이런 박유천의 사생활에 이미 등 돌린 팬들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의 모든 활동을 보이콧하겠다는 움직임.
신체검사에서 천식을 진단받고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은 박유천은 연예 활동을 잠시 중단하고 지난 2015년 8월 27일부터 현재까지 강남구청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 중인 상태인 그는 지금 당장의 활동은 큰 타격이 없지만 문제는 복무를 마친 뒤다.
박유천의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인 판타지 스릴러 영화 '루시드 드림'(김준성 감독, 로드픽쳐스 제작)에 가장 큰불이 떨어진 것. '루시드 드림'은 올해 상반기 KBS2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대박을 맞은 영화 투자·배급사 NEW의 하반기 개봉작으로 지난해 4월 첫 촬영에 들어가 그해 6월 크랭크 업 했다. 박유천은 극 중 아들을 찾기 위해 나선 남자 고수를 돕는 히든 캐릭터로 영화의 큰 축을 담당한다. 애초 올해 가을 개봉을 염두에 뒀던 '루시드 드림'이지만 박유천의 성폭행 사건이 터졌고 이로인해 개봉일이 무한 연기된 상황이다. 내부적으로는 박유천 분량을 최대한 편집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영화의 내용상 중심 사건 한복판에 있는 캐릭터라 이 방법도 녹록지 않다는 것. 게다가 주인공인 고수와 붙는 장면 또한 많아 사실상 그의 분량을 편집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앞서 NEW의 고위 관계자는 박유천 성폭행 사건이 한창 뜨거울 당시 스포츠조선과 전화통화에서 "박유천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로서는 할 말이 없다. 혐의에 대해 경찰 발표가 있기 전까지 어떤 것도 언급할 수 없는 처지다. 이 사건과 관련 없이 '루시드 드림'은 현재 후반 작업 중이다. 하반기 개봉을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 개봉 날짜를 확정한 것은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그렇다면 무혐의 처분을 앞둔 지금은 어떨까? '루시드 드림'의 제작자인 로드픽쳐스 최선중 대표는 "제작사는 영화를 제작하는 곳일 뿐이다. 우리가 박유천에 대해 왈가왈부할 순 없다"고 부담을 느꼈다. 그는 "우리는 처음 계획했던 대로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도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다. CG와 막바지 편집을 손보고 있고 마지막 단계인 음악만 입히면 '루시드 드림'의 완성본이 나온다. '루시드 드림'은 그 사건(박유천 성폭행 사건)이 불거지기 전 제작이 기획됐고 촬영을 했다. 촬영 당시 박유천은 누구보다 성실하게 영화에 임해줬다. 가장 먼저 촬영장에 도착해 가장 먼저 나갈 정도로 겸손하고 착실하게 행동했는데 이런 일이 생겨 안타깝기도 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최 대표는 "말 그대로 개인사이지 않나. 물론 공인으로서 물의를 일으켰지만 영화 제작에 있어서는 배우의 개인사일 뿐이다. 영화 전체를 흔들만큼 큰 영향을 끼치지 않길 바라고 있다"며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많은 제작진과 배우가 '루시드 드림'을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루시드 드림'은 관객에게 재미를 줄 수 있는 영화는 분명하다. 개봉일은 배급사인 NEW가 결정하는 일이다. 제작사가 맡은 일을 순서대로 잘 진행해 개봉하는데 차질 없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루시드 드림'에 공을 쏟고 있는 최 대표는 거듭 한국영화 제작 현실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100억 대작, 히트 감독이 아니면 영화를 제작하기 힘들다는 것. 이런 어려운 제작 현실 속에서 공들여 만든 작품 '루시드 드림'이 부디 박유천의 성폭행 사건으로 퇴색되질 않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루시드 드림'은 박유천을 제외하고도 고수, 설경구, 강혜정, 박인환, 천호진, 전석호, 이시아 등 많은 명배우가 명연기를 펼친 작품이다. 게다가 '전설의 주먹' 연출부 출신인 김준성 감독이 오랜 고생 끝에 잡은 첫 연출 기회다. 박유천의 사건으로 사라지기엔 너무 많은 이들의 눈물과 땀이 서려 있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스포츠조선DB, 영화 '루시드 드림'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