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슬램덩크'에는 병풍이 없다.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론칭 당시 KBS가 2008년 '하이파이브' 이후로 8년 만에 내놓는 여성 리얼 버라이어티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멤버들이 공개된 후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컸던 게 사실이다. 예능에 익숙하지 않은 멤버들의 합류와 도저히 함께 있는 모습이 상상이 안 되는 여섯 멤버(김숙, 라미란, 홍진경, 민효린, 제시, 티파니)의 조합 때문이었다.
하지만 방송이 시작된 후 사람들의 우려는 눈 녹듯 사라졌다. 대부분의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는 다른 멤버들에 비해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하는 '병풍' 혹은 '월급도둑' 멤버가 있기 마련. 하지만 큰 우려를 낳았던 '슬램덩크'에서는 그런 멤버를 찾아 볼 수 없었다.
멤버 중 유일한 개그우먼인 김숙은 프로그램의 중심 역할을 제대로 해주고 있다. 자칫 산만해져 따로 놀 수 있는 팀 분위기를 하나로 뭉쳐주는 것도 김숙이다. 방송 뿐만 아니라 방송 뒷 편에서도 김숙의 역할을 엄청난다. 앞서 스포츠조선과 진행했던 출장토크에서 홍진경은 "녹화 끝나고 집에 가서 우리 모두 씻고 발 뻗고 누워 있으면 숙 언니한테 문자가 온다. '우리 동생들, 오늘 정말 고생했다. 고맙다' 이런 식으로 멤버들을 다독여주는 내용이다"고 말한 바 있다. 제시 역시 "제일 피곤하고 빨리 쉬고 싶을 텐데도 그렇게 문자로 마무리를 해주고 멤버들을 기분 좋게 해준다. 리더이자 분위기 메이커다"고 말한 바 있다.
라미란은 본업을 의심케 할 정도로 '만능 재주꾼'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오버스럽지 않은 자연스러운 예능감부터 춤, 노래 실력까지, '팔방미인'이라는 단어를 붙여도 손색없다. 언니쓰의 데뷔곡 'shut up'을 몇번 듣지도 않고 그대로 흥얼거리는 습득력을 보여줬고 가수인 티파니와 제시 못지 않은 능숙한 노래 실력을 보여주며 멤버들을 놀라게 했다. 언니쓰의 데뷔 무대 위에서도 가수처럼 능숙한 표정과 제스처로 눈길을 끌었고 파워풀한 가창력으로 라이브도 완벽히 소화해 화제를 모았다.
'무한도전' 식스맨 후보로까지 거론됐던 홍진경 역시 시청자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특히 언니쓰 데뷔 준비과정에서 '프로그램을 통한 성장'이라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춤과 노래에 소질이 없는 홍진경은 녹음 할 때도 춤 연습을 할 때도 가장 뒤쳐졌다. 생각처럼 따라주지 않는 몸에 눈물까지 쏟았지만, 홍진경은 결국 모든 걸 해냈다. '걸그룹 데뷔'가 본인의 꿈이 아니었는 데도 말이다. 가장 우려를 낳았던 세 멤버 민효린, 제시, 티파니도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민효린은 그동안 작품에서 보여줬던 도시적이고 도도한 이미지를 버렸다. '언니쓰'의 중심에서 '꿈계주' 역할을 제대로 했으면 허당 매력으로 예능 재미까지 잡았다.
제시는 멤버들의 서포트 역할을 해줬다. 김숙이 버스 운전 면허에 도전했을 때도 끝까지 함께 취득에 나선 건 제시다. 언니쓰 녹음 때에도 모든 멤버들의 녹음이 끝난 뒤 백그라운드 보컬을 자처했다.
막내 티파니는 활동 시기와 언니쓰 준비 시간이 겹쳐 함께 연습하지 못하는 시간이 많았음에도 개인적 시간에 모든 노래와 춤을 마스터, 뒤늦게 합류했을 때도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또한 촬영장의 비티민 같은 존재다. 스포츠조선과 '슬램덩크'와의 출장토크에서 김숙은 "티파니는 스케줄에 쫓기면서도 절대 힘든 티를 내지 않는다. 오히려 항상 촬영장에 간식 등을 가져와서 나눠주며 분위기를 밝게 만든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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