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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리의 갑작스러운 부상교체, 심판들은 뭐가 헷갈린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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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와 외국인 투수 켈리는 극도로 불행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그라운드에 나와있던 4명의 심판들은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해 경기를 불필요하게 지연시켰다.

7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막판에 이상한 장면이 연출됐다. SK 선발투수 켈리의 갑작스러운 부상이 발생하며 경기가 8분간 지연됐다. 심판진이 야구규칙에 따라 확실한 방침을 내렸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지연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이런 돌발 사태는 SK에 최악의 악재가 되어버렸다. 3-4로 앞서던 경기가 순식간에 4-14로 뒤집혀버렸기 때문이다.

이날 SK는 4-3으로 앞선 채 8회초 수비에 들어갔다. 그런데 7회까지 단 91개의 공을 던지며 7안타(1홈런) 1볼넷 6삼진으로 3실점하던 켈리가 마운드에서 벤치 쪽으로 신호를 보냈다. 이닝 시작에 앞서 연습투구를 하다가 다리쪽에 이상이 발생했던 것. 결국 김원형 투수코치와 통역, 그리고 트레이닝 코치가 마운드에 올라와 켈리의 상태를 점검했다. 켈리는 더 이상 투구가 어렵다는 뜻을 전했다. 허벅지 쪽에 갑작스럽게 통증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이후 문제가 벌어졌다. 박종철 구심과 문동균 1루심, 김익수 2루심, 나광남 3루심 등 4심들이 켈리의 교체 여부에 대해 그라운드에 모여 한참 이야기를 나누더니 SK 김용희 감독과도 또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더니 또 엉뚱하게 한화 덕아웃으로 박종철 구심이 다가가 김성근 감독에게 뭔가를 설명하는 모습도 나왔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다시 그라운드에 모인 4명의 심판들은 또 토론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켈리는 계속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었고, 김용희 감독 역시 계속 교체해달라는 어필을 한 것.

이 과정에서 무려 8분이 소요됐다. 결국 심판진은 켈리가 1명의 타자를 상대한 뒤에 교체될 수 있다고 결정했다. 켈리는 결국 하프피칭 형태로 이용규를 상대하다가 5구만에 좌전안타를 맞고 문광은으로 교체됐다.

결과적으로 이런 해프닝은 SK에 치명적인 폭탄이 되어 터졌다. 급하게 마운드에 올라온 문광은은 송광민을 삼진으로 잡았지만, 김태균에게 역전 투런포를 맞았고, 후속 김경언도 볼넷으로 내보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달아오른 한화타선은 계속 터졌다. SK는 문광은에 이어 채병용과 김주한 박민호 등 3명의 투수를 더 투입했으나 홈런 3방을 포함해 10안타를 얻어맞고 순식간에 11점이나 허용하고 말았다.

이런 참사의 1차적 원인은 켈리의 갑작스러운 부상 때문이다. 그러나 불필요한 경기 지연 상황과 그에 따른 SK 수비의 동요는 심판의 책임이라고 지적할 수 있다. 사실 KBO리그 공식 야구규칙에는 이와 같은 상황에 관한 규정이 명확히 제시돼 있기 때문이다. 야구규칙 3.05 '선발투수 및 구원투수의 의무' (d)항에 따르면 "이미 경기에 출장하고 있는 투수가 이닝의 처음에 파울 라인을 넘어서면 그 투수는 첫 번째 타자가 아웃되거나 1루에 나갈 때까지 투구해야 한다. 단, 그 타자의 대타가 나온 경우 또는 그 투수가 부상 혹은 부상에 의해 투구가 불가능하다고 심판진이 인정할 경우는 제외한다"고 돼 있다. 이 규칙대로 경기를 진행했다면 아무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다.

즉 켈리의 부상이 투구가 불가능할 정도인지를 빠르게 판단한 뒤 '즉시 교체' 혹은 '한 타자 상대후 교체'를 즉각 판단했으면 되는 것이었다. 켈리가 지속적으로 투구 불가를 호소하는 상황이라면 몸상태를 체크한 뒤 즉시 교체했으면 된다. 결국 이와 관련해 김성근 감독에게 양해를 구할 이유는 전혀 없다. 김성근 감독도 당시 덕아웃으로 다가와 불필요한 말을 하는 심판에게 "합의 사항이 아니지 않느냐. 규정대로 알아서 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4인의 심판진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한참이나 그라운드에서 우왕좌왕했다. 명문화돼 있는 경기 규정을 제대로 몰랐든지, 혹은 상황 판단이 너무나 곤란했든지 결과적으로는 스피드업을 부르짓는 KBO의 방침에 어긋나는 행동이었다.

인천=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