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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빈 광고판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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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저기도 광고가 채워졌네."

지난 6월초 한화 이글스와 경기를 앞둔 삼성 류중일 감독은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오른쪽 외야에 세워진 전광판 위쪽을 가르키며 이렇게 말했다. 삼성라이온즈파크에는 특이하게 전광판이 홈베이스 맞은편이 아닌 오른쪽에 설치돼 있는데, 이 전광판을 둘러싸고 야구 그라운드의 베이스(1~3루) 형태로 빈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는 기업 광고를 유치하기 위한 공간으로 '루(베이스) 광고판'으로 불린다. 이전까지는 좌측과 우측, 즉 3루와 1루에 해당하는 공간에만 광고가 들어와 있었고, 2루에 해당하는 맨 위쪽 공간은 비어있었다. 개장 초기에는 판매되지 않았다가 뒤늦게 계약이 체결된 것이다. 국내 한 건강검진 전문업체의 광고가 들어왔다. 류 감독은 "구단에서 듣기로는 저 위치의 광고 판매단가가 3억원이라고 하더라"는 말을 했다.

▶구단과 지자체의 광고권 줄다리기

프로야구단의 홈구장에는 곳곳에 광고 판매를 위한 공간(스폿)이 마련돼 있다. 마케팅을 위해 각 공간의 세부 명칭이 있지만, 대략적으로 포수 뒤 백스톱의 롤링광고판과 외야 펜스, 조명탑 부근, 전광판 주위의 스폿이 대표적이다. 단가는 노출 빈도와 공간의 크기에 따라 다른데, 많게는 5억원까지 책정돼 있다. 이런 공간은 연단위 계약으로 판매된다.

이전까지는 야구장이 있는 지자체에서 광고를 판매하고 그 수익을 가져가는 시스템이었다.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잠실야구장 역시 서울시가 구장 광고권과 운영권을 소유한다. 잠실구장의 광고 스폿들은 서울시가 광고대행업체를 통해 기업에 판매하는데, 지난해부터 올해까지는 매년 103억5000만원을 받도록 계약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올해부터 삼성 라이온즈가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와 2년전 개장한 KIA 타이거즈의 홈구장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는 구단이 광고 판매 및 운영에 관한 권한을 갖고 있다. 이는 구단 측에서 새 구장을 지을 때 건설비의 3분의 1 가량을 투자한데 따른 대가의 성격이었다. KIA 타이거즈의 모기업인 기아자동차는 300억원을 투입했고, 삼성 역시 총 건설비(1666억원)의 3분의 1 가량을 부담했다. 양 구단 모두 애초 25년의 광고 운영권을 부여받았는데, 현재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는 특혜 시비에 휘말려 재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일단 삼성라이온즈파크는 현재까지는 이런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지는 않고 있다. 비판적인 지역 여론이 일부 있지만, 올해가 개장 첫 해인만큼 아직은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사례처럼 비화되지는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향후 어떤 방향으로 지역 여론이 커질 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비어있는 삼성라이온즈파크 광고판, 이유는

어쨌든 삼성 구단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홈구장인 라이온즈 파크의 광고 스폿 판매 및 운영을 맡고 있다. 지난해 대구 시민야구장을 쓸 때까지만 해도 대구시가 맡아 운영했던 파트다. 때문에 다소 생소하고 낯선 분야인 셈이다. 라이온즈파크의 광고스폿 판매와 운영을 담당하는 삼성 구단 관계자는 "처음 야구장 광고권을 행사하다보니 어려운 점이 많았다"고 밝혔다. 특히 구장 자체가 새로 지어졌기 때문에 그 안에 어떤 곳에 광고 스폿을 만들고 단가를 책정해야 하는 지가 난제였다고 한다. 광고 스폿의 단가는 중계 노출 빈도 등에 따라 모두 다르다.

이 관계자는 "전광판 주변의 루 광고판과 조명탑 쪽의 광고스폿, 외야 펜스와 백스톱 뒤의 롤링A보드 등의 광고 가치를 파악하고 단가를 책정해 판매했는데, 현재까지 약 90% 정도가 판매됐다. 보통은 연단위 계약으로 시즌 초부터 들어와야 하는데, 전광판 상단의 루 광고판처럼 시즌 도중에 판매가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에는 시즌 개막 후 일정부분 경과한 기간만큼 단가를 할인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가장 비싼 스폿은 조명탑 하단의 대형 스폿으로 5억원에 달한다.

그렇다면 삼성라이온즈파크에 아직까지 비어있는 광고 스폿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구단 측은 경기 침체 등과 함께 일단 신축구장인데다 구단이 처음으로 운영을 맡으면서 벌어진 자연스러운 일로 보고 있다. 또 굳이 현시점에 광고판 판매에 매달리지도 않는다.

이 관계자는 "어떤 면에서는 아예 비워두고 새 시즌에 연간 계약을 다시 맺는게 나을 수도 있다. 뒤늦게 할인된 가격에 광고판이 판매될 경우 기존에 미리 연단위 계약으로 광고를 내보내는 업체들이 반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광고판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세일'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KBO리그가 한국 프로 스포츠의 대세로 자리잡은 지 오래지만, 광고 유치는 다른 문제다. 구단 마케팅 관계자들은 전반적인 경기 침체로 어려움이 있다고 말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