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도, 지도자도, 학부모도 모두 울었다.
제12회 1, 2학년 대학축구대회에서 또 한 편의 '감동드라마'가 펼쳐졌다. '언더독(Under dog)'으로 분류됐던 안동과학대가 쟁쟁한 대학 강자들을 물리치고 정상에 올랐다. 안동과학대는 7일 오후 전남 영광스포티움에서 가진 용인대와의 대회 결승에서 4대2로 역전승했다. 1999년 창단한 안동과학대는 대회 첫 결승행에 이어 우승까지 차지하며 대학축구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대회 역사도 새로 썼다. 전문대팀이 4년제 대학팀을 꺾고 정상에 오른 것은 지난 2011년 송호대 이후 5년 만이자 이번이 딱 두 번째다.
안동과학대는 그동안 경북 지역 대학 대회에서 몇 차례 우승을 차지했던 팀이다. 짧은 역사 뿐만 아니라 전문대 특성상 졸업이 빠르다보니 제대로 된 실력을 발휘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4년제 대학의 문을 통과하지 못한 선수들에겐 안동과학대가 마지막 희망의 끈이었던 셈. 하지만 매년 입학과 졸업이 반복되는 구조 속에 안정된 전력과 성적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중-고교 팀을 이끌다 창단에 맞춰 안동과학대 지휘봉을 잡은 김인배 감독은 선수 영입을 위해 발품을 팔러 다니는 눈물겨운 노력을 펼쳐야 했다. 경북 지역 대회에서 몇 차례 우승을 거둔데 이어 2014년 대학축구 U-리그 왕중왕전 진출의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전국대회와는 인연이 없었다. 국내 대학 대부분이 학제 구분 없이 참가하는 '전국구 대회'인 1, 2학년 대회 우승은 그만큼 의미가 특별할 수밖에 없다.
김 감독은 "대회 준비를 잘 했다고 생각했지만 우승까지 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꿈 속에서만 생각했던 일이 현실이 됐다"고 수줍게 웃었다. 그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1년 정도 운동을 하다 졸업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부단히 노력한 결과 영남대, 대구대, 울산대 같은 지역 강팀들과 견줄 정도의 실력을 갖추게 됐다"며 "우리 선수들은 오직 '프로'의 꿈만 꾸지는 않는다.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며 다양한 진로를 모색하고 있다. 우승도 중요하지만 좋은 선수들을 더 많이 배출하는데 주력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미드필더 손거산은 "8강 진출 정도를 목표로 잡았는데 너무 좋은 성적을 거둬 기쁘다"며 "'선수'라는 타이틀에 매달리기 보다 공부와 운동 모두 노력하며 대학생활을 즐기고 싶다"고 밝게 웃었다.
영광=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