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올라가는 소리가 들린다. 이대호(34·시애틀 매리너스)가 시즌 12호 홈런을 폭발했다.
이대호는 7일(한국시각)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미닛메이드 파크에서 열린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원정 경기에 6번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5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했고 팀은 8대9로 패했다. 한 개의 안타가 홈런이다. 바깥쪽 높은 공을 통타해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첫 타석은 3루수 땅볼이었다. 0-3으로 뒤진 2회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휴스턴 선발 마이크 파이어스를 상대로 범타로 물러났다. 두번째 타석은 달랐다. 3-5이던 4회 무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파이어스의 포심 패스트볼(145㎞)을 밀어쳐 우월 솔로 아치를 그렸다. 지난 2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 이후 5일 만에 나온 홈런. 이대호는 6경기 연속 안타도 기록했다.
나머지 타석에서는 안타가 없었다. 6회 2루 땅볼, 7-7이던 8회 유격수 땅볼이었다. 8-9이던 9회 2사 만루에서는 헛스윙 삼진. 휴스턴 벤치는 카일 시거를 고의4구로 거르고 이대호와 승부했는데,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를 참지 못했다. 이대호도 체크 스윙을 한 뒤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그럼에도 홈런 한 방으로 몸값은 더 치솟았다. 연일 장타를 터뜨리며 꾸준함을 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올 시즌 시애틀과 최대 400만 달러를 받는 1년짜리 계약을 했다. 플래툰으로 출전하고 있는 아담 린드(800만 달러) 연봉 절반이다. 그런데 성적이 기대 이상이다. 66경기에서 172타수 50안타 타율 2할9푼1리에 12홈런 37타점이다. 팀 내 홈런은 넬슨 크루즈(22개), 로빈슨 카노(20개), 카일 시거(17개)에 이어 공동 4위, 타점은 5위다. 현재 이대호가 찍고 있는 0.517 장타율은 시애틀 역대 루키 중 가장 높은 수치다.
그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적은 타수를 고려하면 더 빛난다. 만약 크루즈(314타수) 카노(347타수) 시거(318타수)와 엇비슷한 타수를 소화했다면 벌써 20홈런을 넘겼을 수 있다는 얘기다. 타점 역시 50개 이상을 수확했을 공산이 크다. 하지만 제리 디포토 시애틀 단장의 고집스러운 플래툰 운영으로 출전 기회가 부족했다. 초보인 스캇 서비스 감독은 단장의 뜻을 꺾을 힘이 없다.
그리고 이제 이대호의 역습이 곧 시작된다. 올스타 브레이크가 다가올수록, 또 시즌이 흘러갈 수록 큰 소리 치는 쪽은 선수다. 역시 1년짜리 계약 때문이다. 그를 붙잡고 싶다면 다년 계약에 두둑한 돈다발을 준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대호를 놓칠 수 있다. 현재 아메리칸리그 신인 가운데 가장 많은 홈런과 타점을 기록하고 있는 그를 노릴 구단은 많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