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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용도 커진 정대훈, 한화 불펜의 새힘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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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변화가 없는 듯 했던 한화 이글스 마운드에 새싹이 돋아나고 있다. '그 나물에 그 밥'처럼 항상 돌아가면 나오던 한화의 필승조 투수들도 이제 하루 이틀쯤은 느긋하게 쉴 수도 있다. 역할을 대신해줄 후배 투수가 생겼기 때문. 언더핸드 정대훈이 최근 한화 마운드에서 자주 보인다.

한화는 6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13대2로 대승을 거뒀다. 기본적으로 투타의 힘에서 SK를 압도했다. 지난 2일 대전 두산전 이후 장마의 영향으로 3일을 쉰 효과가 확실히 큰 듯 했다. 무엇보다 한화는 꼬여있던 선발 로테이션을 조금 더 유연하게 풀어갈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이날 오랜만에 선발 등판한 장민재는 5⅔이닝 동안 5안타(1홈런) 2볼넷 5삼진으로 2실점하며 선발승을 따냈다. 충분한 휴식 덕분에 구위가 살아난데다 경기 중에 벌어진 위기상황에서 교체되지 않은 덕분에 스스로 해결해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과 노하우를 얻었다.

그런데 이날 승리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장면이 있다. 타선의 대폭발이나 다시 선발로 돌아온 장민재의 호투는 사실 크게 색다를 것 없다. 타자들은 이전에도 자주 폭발했었고, 장민재도 보직이 확실히 고정되면 얼마든지 이런 호투를 보여줄 수 있다는 건 이미 충분히 입증된 바 있다. 이들의 활약은 색다른 변수는 아니다.

대신 이날 9회에 나와 1이닝을 막아낸 정대훈의 모습에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대훈은 13-2로 이미 승기가 확실해진 9회말에 팀의 네 번째 투수로 등판해 1이닝을 퍼펙트로 막았다. 첫 상대는 최근 홈런포를 무섭게 가동중인 최승준이었는데, 풀카운트 끝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초구 스트라이크 이후 연속 3개의 볼을 던지며 흔들리는 듯 했으나 금세 안정을 되찾았다. 여기서 자신감을 얻은 정대훈은 이후 이명기와 최정민을 유격수 뜬공과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세 타자를 잡는데 필요한 공은 단 14개였다.

이날 정대훈의 투구는 한화 불펜이 향후 더욱 다양화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사실 최근 한화에서는 정대훈의 활용도가 커지는 추세다. 지난 5월12일 NC전을 마지막으로 1군 무대에서 잠시 사라졌던 정대훈은 6월19일 넥센전부터 다시 자주 얼굴을 비치고 있다. 지난 6월29일 넥센전부터는 벌써 4경기 연속 등판이다. 1일과 3일 경기가 우천 취소됐고, 4일은 휴식일, 5일은 다시 우천취소되면서 등판 간격에 여유가 생긴 덕분에 4경기 연속 투구가 가능했다. 그리고 4경기 모두 무실점이었다. 중요한 건 정대훈이 불펜에서 맡은 역할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한화의 불펜 운용전략이 조금 더 다양해졌다는 걸 의미한다. 늘 반복되던 박정진-권 혁-송창식-정우람 등에 대한 절대적 의존도에서 벗어나 새로운 얼굴이 추가될 조짐이다. 당장 필승조가 아니더라도 정대훈이 이런 식으로 여러 상황에 나와준다면 다른 선수들의 부담이 줄어든다. 또 정대훈 역시 이 과정에서 경험을 쌓으며 자신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한화는 승리 이상의 소득을 거둔 셈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