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두 축이 격돌한다.
8일(이하 한국시각) 프랑스 마르세유의 스타드벨로드롬에서 프랑스와 독일이 유로2016 4강전을 펼친다.
결승 무대를 향한 외나무다리. 두 열강이 정면충돌한다. 프랑스와 독일은 유럽연합(EU)을 지탱하는 두 기둥이자 축구 라이벌이다. 정치, 역사, 경제적으로도 양국은 치열한 신경전을 펼쳐왔다. 최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혼란한 유럽 정세를 추스르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는 두 거함. 하지만 라이벌이라는 사실은 변함없다. 누가 더 강한지 판가름하고 싶을 터. 때 마침 유로2016 4강전에서 정면충돌한다. 축구로나마 힘 겨루기를 펼칠 수 있는 무대가 열렸다.
객관적으로는 프랑스 우세가 점쳐진다. 여러가지 요인이 있다. 프랑스는 역대전적에서 12승6무9패로 독일에 앞선다. 개최국 이점까지 안고 있다. 체력 면에서도 프랑스가 여유롭다. 프랑스는 '복병' 아이슬란드와의 8강전에서 5대2로 손쉽게 승리했다. 반면 독일은 '빗장수비' 이탈리아를 맞아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 끝에 힘겹게 4강 문턱을 밟았다.
더욱이 독일은 전력 누수까지 심하다. 핵심 중앙수비수 마크 훔멜스(바이에른 뮌헨)가 그라운드를 밟을 수 없다. 경고 누적이다. 주축 미드필더 사미 케디라(유벤투스),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맨유)도 부상으로 출전에 적신호가 켜졌다. 스트라이커 마리오 고메즈(베식타스)는 햄스트링이 찢어져 전력에서 이탈했다. 스쿼드의 무게감이 확 떨어졌다.
그러나 프랑스도 마냥 웃을 수 없다. 이번 대회에서 3골-2도움으로 팀 공격을 주도하고 있는 올리비에 지루(아스널)의 상태가 의심스럽다. 지루는 독일전으로 앞두고 6일 진행된 팀 훈련에 불참했다. 프랑스 라디오 매체 RMC를 비롯한 복수의 현지 언론은 '지루가 4강전을 대비한 팀 훈련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며 '지루는 무릎 부상을 했다. 독일전에 결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지루는 7일 가벼운 훈련을 진행할 전망이다. 지루가 어느 정도 회복하더라도 독일전에 최상의 컨디션으로 임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부상으로 칼이 무뎌진 프랑스와 독일. 하지만 독일의 출혈이 더 크다. 독일은 지금까지 팀이 기록한 7골 중 2골을 책임진 고메즈를 잃었다. 이번 대회에서 공격 2선의 메주트 외질(아스널)과 토마스 뮐러(바이에른 뮌헨)가 다소 부진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메즈의 이탈은 치명타다.
하지만 프랑스는 지루가 없더라도 4골을 터뜨린 앙트완 그리즈만(AT마드리드)과 3골을 기록한 디미트리 파예(웨스트햄)가 건재하다. 원톱으로 뛸 수 있는 피에르 지냑(티그레스)이 제 몫만 해준다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프랑스가 우세하다. 하지만 4강전에 대한 예상과 실제는 전혀 다른 세계다. 비록 독일이 전력 공백이란 내상을 안고 뛰지만 엄연히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위에 빛나는 강호다. 프랑스(17위)보다 높은 공기를 마신다. 특히 독일은 그 동안 국제대회 토너먼트에서 강력한 모습을 보여왔다. 섣불리 예측하기 어려운 두 열강의 양보할 수 없는 한판승부. 전 세계 축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