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민의 목소리는 밝았다. "주위에서 뽑힐 수도 있다고 했는데, 절대 기대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
허경민은 16일 고척돔에서 열리는 2016 타이어뱅크 KBO 올스타전 드림팀(두산, 삼성, SK, 롯데, kt) '베스트 12'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니퍼트, 정재훈, 이현승, 양의지 등 동료 7명과 함께 생애 처음으로 베스트12에 선정됐다.
팬 60만9256명이 그를 찍었다. 자신을 제외한 선수 348명 중 116명이 그가 가장 빼어난 활약을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총점 34.83점을 얻은 그는 최 정(29.06점·SK) 황재균(19.78점·롯데)을 여유있게 제쳤다. 팬 투표, 선수단 투표 모두 1위였다.
허경민은 "팬 투표로 나간다는 점이 무엇보다 기쁘다. 다른 팀 선수들도 날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며 "이번 올스타 브레이크 때 지인들과 약속을 잡아놨는데 급히 취소했다. 올스타전에서 열심히 뛰겠다"고 웃었다.
그는 매년 휴식기가 되면 가평으로 놀러간다. 팬션에서 스트레스를 풀고 오는 게 한 시즌 '루틴'이다. 이번에도 당연히 같은 계획을 세웠다. 올스타전 투표가 막 시작됐을 때 그는 "내가 나갈 일은 없을 것 같다. 열심히 놀다가 올 것"이라고 했다. 취재진이 '지금 성적이면 충분히 뽑힌다'고 해도 "에이, 절대 아니다. 그 때 난 가평에 있을 거다"고 말했다.
하지만 팀 성적에다 개인 성적까지 빼어나 결국 베스트12에 선정됐다. 4일까지 타율은 2할9푼3리. 75경기에 모두 출전해 287타수 84안타 41타점에 46득점을 올렸다. 시즌 초 톱타자 임무를 맡아 조금 부진했으나 5월 타율 3할1푼9리, 6월 타율 3할3푼3리로 자신의 감을 완벽히 되찾았다. 시즌 결승타도 7개나 된다.
허경민의 가치는 탄탄한 수비력에도 있다. 빠른 타구를 어렵지 않게 낚아채 투수를 돕는 일이 잦다. 그는 2일 대전 한화전에서도 9회 2사 후 로사리오가 친 아주 강한 타구를 백핸드로 잡아 1루에 뿌렸다. 윤 혁 두산 베어스 스카우트 부장은 "고등학교 때 유격수를 봤던 친구다. 송구, 스텝, 타구 판단이 뛰어나고 수비 범위가 넓다"며 "다른 팀 3루수에 비해 체격이 크지 않은 편이기 때문에 그만큼 빠르고 유연하다. 강한 타구를 쉽게 처리한다"고 했다.
그 결과가 올스타 투표로 나왔다. 두산을 제외한 9개 구단 선수 중 상당수가 그를 찍었다는 건 의미가 크다. 선수가 인정한 선수. 허경민은 "3루쪽으로 늘 강한 타구가 오기 때문에 다른 것보다 일단 힘을 빼고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며 "난 김재호, 오재원 선배처럼 타구를 예측해 수비하는 수준은 아니다. 그저 오는 것 잘 잡자고 마음 먹다보니 좋은 결과도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