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올해서야 박건우, 김재환이 다 터진걸까요?"
두산 팬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부분이다. 두산 코칭스태프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돌아온 대답은 "김현수가 없어서".
이 둘은 주전 좌익수 경쟁을 비시즌부터 치열하게 했다. 성실하게 몸을 만들어 캠프에 합류했다. 지금은 자신감이 붙어 타석에서 여유까지 생겼다는 게 코칭스태프의 평가. 프랜차이즈 스타 김현수가 빠진 두산 외야는 오히려 더 강해진 느낌이다.
기록만 봐도 타점과 홈런수가 급증했다. 지난해 75경기까지 두산의 팀 홈런은 65개, 타점은 401개였다. 김현수가 10홈런-56타점으로 공격을 이끌었고 양의지가 14홈런-51타점, 오재원 7홈런-40타점, 민병헌이 8홈런 37타점이었다.
그러나 올해 75경기에선 팀 홈런이 87개, 타점은 444개다. 역시 김재환, 박건우가 동시에 폭발했기 때문인데, 이날까지 김재환은 21홈런에 64타점이다. 박건우는 10홈런에 43타점이다. 둘의 성적을 더하면 31홈런에 107타점. 기대 이상의 숫자다.
사실 시즌 전 모두가 김현수의 공백을 메울 수 없다는 걱정을 했다. 팬들은 꿈의 무대에서 뛰는 그를 응원했지만, 코칭스태프는 달랐다.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면 남겠다는 약속. 지켰으면 했다.
김현수는 출중한 타격 능력뿐 아니라 앞뒤 타자를 살려주는 역할까지 했다. 3번에 김현수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 상대 팀이 느끼는 위압감이 달랐다. 그는 배트 컨트롤이 탁월하고 모든 공 대처가 된다. 왼손 투수 공도 아주 잘 때린다. 특히 프리미어 12에서 처음 붙는 투수의 공을 어렵지 않게 공략하며 자신의 기량을 입증했다.
그런 선수가 빠져나갔으니 두산은 걱정이 컸다. 검증되지 않은 박건우와 김재환 중 한 명이 김현수의 절반만 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둘이 동시에 터졌다. 나란히 커리어하이 시즌을 만들고 있다. 김재환은 테임즈(NC 다이노스)와 홈런왕 경쟁을 하고 있고, 박건우는 톱타자로 완벽히 정착했다.
두산은 두산은 타선의 핵심인 민병헌(11홈런 50타점), 시즌 초와는 180도 달라진 에반스(15홈런 48타점)의 활약이 더해지며 작년보다 강하다. 발목 부상을 당한 양의지의 타격감이 살아나고 옆구리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진 오재일까지 돌아오면 더 무서워진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