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우려했던 상황이 이어지나.
연승 후 연패, 상승세 후 하락세. 정규시즌 장기 레이스를 하다보면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이다. 좋은 흐름을 타다가도 언제든지 브레이크가 걸리고, 주춤할 수 있는 게 야구다. 긴 연승 후 극심한 '연승 피로증'에 시달리는 팀도 있다. 연승이 '독이 든 성배'가 될 수도 있다. 거침없이 날아오를 때는 세상을 다 가진 듯, 온세상이 총천연색으로 빛나는데,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상승세 후 통제 불능의 부진이 이어진다면, 차라리 연승을 못하는 게 낫다.
KIA 타이거즈가 다시 연승 후 연패의 '덫'에 걸렸다. 이번 시즌 비슷한 패턴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6월 29일 LG 트윈스전까지 6연승. 무서울 게 없었다. 두산과 1위 경쟁중인 NC 다이노스를 3연패로 몰아넣었다. 6월 19일 LG전부터 11경기에서 9승(2패)을 거뒀다. 8~9위를 맴돌던 팀이 5위로 치고올라왔다.
그런데 이런 가파른 상승세를 타던 타이거즈가 2일 넥센 히어로즈전까지 3연패를 당했다. '연승 후 연패' 공식이 이번에도 작동됐다. 상승세가 가라앉는다고 해도 연착륙이 필요한데, '장세 조정' 정도가 아니라 폭락이다.
지난 6월 30일 LG전 연장 11회 역전패를 돌아보게 한다. 6연승중이던 KIA는 2회까지 7점을 앞섰다. 0-2로 뒤지다가 2회 브렛 필의 만루홈런, 나지완의 2점 홈런 등 타선이 연쇄 폭발해 대거 9점을 뽑았다. 누가봐도 초반 일찌감치 승부가 결정난 경기였다.
그런데 3년 만의 7연승, 지난해 김기태 감독 취임 후 최다연승을 눈앞에 두고 놓쳤다. '필승조' 심동섭 한승혁에 마무리 김광수를 올리고도 무너졌다. 9회 4실점해 동점을 허용하더니 연장 11회 결승타를 맞았다.
점수차가 나자 주축 타자 일부를 뺐는데, 이게 연장승부에서 '독'이 됐다. 불펜 운영도 매끄럽지 못했다. 코칭스태프도 터무니없는 역전패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선수 컨디션을 탓할 게 아니라, 벤치의 경기 운영에 분명히 문제가 있었다. 타이거즈 선수들은 쉽게 이길 수 있는 경기를 연장끝에 내주고 그날 밤 서울로 이동했다.
지난 상승세는 연패 뒤에 왔다. 6월 11일 삼성 라이온즈전부터 6월 16일 두산 베어스전까지 5연패를 당한 후 11경기에서 9승2패를 거뒀다. 두산에 3연전 스윕패를 당한 후 벌떡 일어났다. 연패 후유증을 딛고 나왔다는 점에서 평가받을만 하지만, 지금까지 패턴을 보면 많은 게 불안정해 보인다.
5월 3~5일 롯데 자이언츠에 3연승. 뒤이어 5월 6~8일 히어로즈에 3연전 스윕을 당했다. 이후 5경기에서 5연승을 달렸다. 이 기간에 마지막 3경기에서 한화 이글스에 스윕승을 거뒀는데, 바로 두산에 3연전 스윕을 당했다. 상대 전력에 따라, 혹은 팀 분위기에 따라 연패, 연승이 반복됐다. 들쭉날쭉한 전력 1차 원인이 있겠지만, 전력 관리에도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봐야할 것 같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