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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를 논하다③] 조재현, '김기덕의 페르소나' 연기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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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배선영 기자·백지은 기자·조지영 기자] 배우 조재현은 어떻게 대한민국 연기파 배우로 인정받았을까.

1965년 6월 30일 경상북도 경주시에서 태어난 조재현이 배우의 꿈을 꾼 건 중학교 3학년 때부터다. 당시 그는 누나와 함께 연극 '결혼'을 본 것을 계기로 배우가 되기로 한다. 1989년 배우의 꿈을 안고 상경한 조재현은 KBS 공채 탤런트로 데뷔, 친구들과 극단 종각을 만든다. 당시 극단을 만들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발연기 때문에 "넌 연기하지 마"라는 혹평을 받고 오디션에 계속 떨어져 수입이 제로에 가까워지자 극단을 직접 차리게 됐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후 1991년 '에쿠우스'의 알런 역으로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문 신인상을 받아낸다.

조재현이 관계자들에게 눈도장을 찍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바로 다음해 조재현은 독립영화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에서 알선업자에게 속아 새우잡이배를 타게된 주인공 재호 역을 맡았다. 절대 파워 앞에 굴복, 비굴하고 처절하게 삶을 이어나가는 생계형 연기에 관계자들은 박수를 보냈다. 결국 조재현은 이해 청룡영화상 신인상을 수상한다. 이후 꾸준히 러브콜을 받게 됐다.

조재현의 인생이 바뀐 것은 김기덕 감독과의 만남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조재현은 연기 인생에 회의감을 느끼고 있던데다 1995년 MBC 카메라맨이었던 형이 사고로 사망하게 되면서 연기자 생활을 접고 아버지 사업을 이어갈 것을 고민하게 됐다. 그때 바로 김기덕 감독의 '악어'를 만나게 됐다. 이후 '야생동물 보호구역'(1997년), '섬'(2000년), '수취인불명'(2001년) 등 김기덕 감독의 작품에 꾸준히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아갔다. 그리고 '나쁜남자'로 방점을 찍었다. 비뚤어진 욕망으로 멀쩡한 여대생의 인생을 유린하는 나쁜 남자 한기를 소름돋게 연기해내며 깊은 인상을 남기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대박도 터졌다. 2002년 SBS 드라마 '피아노'에서 30대 후반의 나이로 50대 아버지의 부성애를 처절하게 그려내 큰 호평을 받았다. 이후 '눈사람', '뉴하트', '계백', '스캔들: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 '정도전', '펀치'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독보적인 캐릭터 연기를 선사했다. 그리고 KBS2 수목극 '마스터-국수의 신'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라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살인 폭행 사기 불륜 등 온갖 악행을 저지를 수 있는 소시오패스 김길도 역을 맡아 악행 종합선물세트를 선보였다. 하지만 조재현의 하드캐리와는 별개로 '마스터-국수의 신'은 지지부진한 수목극 시청률 전쟁 속에서도 최하위 굴욕을 면치 못했다. 단 한번도 시청률 10% 고지를 밟지 못한채 쓸쓸히 퇴장하는 슬픔을 맛보게 됐다.

sypova@sportschosun.com, silk781220@, soulhn1220@, 사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