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크스'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해도, 좋은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사소한 것에 신경쓰게 된다. 연승 때는 웬만하면 라인업을 바꾸지 않고, 변화를 주지 않는다. 그동안 김기태 KIA 타이거즈 감독은 연승이 시작된 시점부터 면도를 하지 않았다. 29일 LG 트윈스전까지 턱밑에 덥수룩한 수염이 있었다. 그런데 6연승을 달성한 김기태 감독은 30일 말끔하게 면도를 하고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 나왔다. 연승에 연연하지 않고 편하게 경기에 임하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심경에 변화가 있었냐'는 농담에 김 감독은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부담을 가질 것 같아 면도를 했다. 선수들로 부터 '면도한 모습이 더 좋아 보인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웃었다.
김 감독의 바람대로 30일 LG전에 나선 KIA 타자들의 배트는 경기 초반 경쾌하게 돌아갔다.
0-2로 뒤진 2회말 1사 후 타선이 연쇄 폭발을 일으켰다. 5번 브렛 필이 우익수쪽 2루타로 포문을 열었다. 1사 2루에서 6번 서동욱이 좌익수쪽 1타점 3루타로 장단을 맞췄다. 1-1 동점. 이어진 1사 3루에서 7번 나지완이 좌중월 2점 홈런을 쏘아올려 흐름을 KIA쪽으로 끌어왔다. 나지완의 홈런은 시작에 불과했다. KIA 타선은 흔들리는 상대 마운드를 집요하게 공략했다. 이홍구의 좌전안타, 고영우 김호령의 연속 볼넷으로 1사 만루. 뒤이어 노수광이 중전 적시타로 주자 2명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이범호의 볼넷으로 이어진 2사 만루에서 필이 만루 홈런을 때렸다. 0-2에서 9-2 역전. 승부는 사실상 KIA쪽으로 기울진 듯 했다.
그러나 타이거즈 지휘봉을 잡은 이후 7연승, 최다연승 기록은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믿겨지지 않는 반전 드라마가 기다리고 있었다. KIA가 7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연장 11회 접전 끝에 9대10 역전패를 당했다.
초반 대량실점을 했지만 LG는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상대 선발 투수 헥터 노에시로부터 6호까지 5점을 뽑았고, 9회초 9-9 동점을 만들었다. 안타와 볼넷, 상대 투수 폭투, 내야 땅볼로 1점을 뽑은 LG는 2사후 히메네스의 2점 홈런으로 9-8, 1점차로 따라갔다. 이어 연속 안타로 만든 2사 1,2루에서 이천웅이 동점 적시타를 터트렸다. KIA의 필승조 심동섭과 한승혁, 마무리 김광수이 모두 무너졌다. 9-9 동점. 승부는 결국 연장으로 넘어갔다.
LG는 연장 11회초 1사후 채은성 윤진호가 연속 안타를 때려 1,3루 찬스를 만들었다. 뒤이어 주자 두명이 더블 스틸을 시도했다. KIA 포수 이홍구가 1루 주자를 잡기 위해 2루로 공을 던졌는데, 그 사이 3루 주자 채은성이 홈을 파고들었다. KIA의 7연승 꿈이 허무하게 날아갔다. 연승후 후유증이 걱정되는 패배다.
광주=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