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만의 복귀, 하지만 그의 말대로 K리그는 녹록지 않았다.
그래도 희망이다. 매도 빨리 맞는 게 낫다. FC서울의 지휘봉을 잡은 황선홍 감독은 "패했지만 의미있는 90분이었다"며 내일을 기약했다.
첫 술에 배부를 순 없지만 데뷔전은 악몽이었다. 29일 성남FC와의 홈경기, 악재란 악재는 모두 쏟아져 나왔다. 황 감독은 전반 13분 아드리아노의 골이 터질 때만 해도 '역시 서울'이라며 뿌듯해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선제골이 오히려 화근이 됐다. 최근 흔들리던 수비라인의 부실은 다시 한번 그라운드를 휘감았다. 쾌조의 흐름이었지만 실수가 반복되면서 순식간에 동점, 역전골을 허용했다. 서울은 결국 후반 한 골을 더 허용하며 1대3으로 무너졌다. 설상가상 주포인 아드리아노는 후반 29분 임채민과의 신경전 끝에 폭발하며 레드카드를 받았다. 수적 열세의 아픔보다 퇴장으로 인한 2경기 출전 징계가 더 뼈아팠다.
올 시즌 K리그 첫 연패다. 2위(승점 30·9승3무5패)는 유지했지만 선두 전북(승점 35·9승8무)과는 더 멀어졌다. 3위와 4위 제주(32득점), 울산(이상 승점 27·17득점)은 턱밑추격 중이다.
씁쓸했던 첫 걸음이었지만 어차피 황 감독이 한번은 넘어야 할 벽이다. 오히려 어설프게 비기거나 승리했더라면 냉정한 현실 파악이 어려웠을 수도 있었다. 지금의 서울은 분명 변화가 필요하다. 사실 중국으로 떠난 최용수 장쑤 쑤닝 감독도 최근 경기력에 대해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상대가 서울의 3-5-2 시스템에 완벽하게 적응한 터라 변화를 줄 타이밍만 보고 있었다. 실제 4-3-3을 비롯한 시스템 변화 등도 구상했다. 적을 옮기지 않았다면 칼을 꺼내들 계획이었다.
이제 칼자루는 황 감독이 쥐고 있다. 황 감독의 생각대로 시간과의 싸움이다. 짧은 시간 내에 시행착오를 줄이는 것이 최대 관건이다. 하지만 때로는 과감한 결단도 필요하다. K리그는 여전히 반환점을 돌지 않았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와 FA컵 8강전도 기다리고 있다. K리그에서 몇 경기를 버리더라도 수술이 필요한 곳에는 메스를 대야 한다.
서울의 가장 큰 과제는 역시 수비 안정이다. 상대는 주야장천 빠른 스피드를 앞세워 스리백의 뒷공간을 노린다. 느린 수비수들이 버텨내는 데도 한계점에 다다랐다. 자신감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 열쇠는 주장 오스마르가 쥐고 있다. 황 감독은 성남전에서 오스마르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진시키는 실험을 했다. 23세 이하 몫인 박용우가 경고누적으로 결장한 데다 중앙수비로 사용하기에는 아깝다는 것이 황 감독의 설명이다. 오스마르를 통한 수비 전술 변화를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스리백의 중앙으로 이동시켜 안정화를 먼저 꾀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주세종의 부상으로 혼돈스럽지만 중앙 미드필더도 재정립해야 한다. 수비와 공격에 힘이 돼야 하지만 겉도는 측면도 없지 않다. 수비형과 공격형 미드필더의 위치와 역할 분담 등을 세밀하게 재조정해 허공을 맴돌고 있는 그들의 머릿속을 정리해 줘야 한다. 섬세하고 빠른 축구를 발전시키기 위해선 결국 허리가 중심이 돼야 한다.
아드리아노의 공백도 악재다. 하지만 되돌릴 순 없다.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예전만 못한 데얀을 비롯해 박주영 윤주태 등의 경기 감각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다. 심우연 윤일록 임민혁 심제혁 등도 활용할 수 있다.
다시 실전이다. 황 감독의 두 번째 무대가 기다리고 있다. 첫 원정이다. 서울은 2일 오후 7시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상주 상무와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8라운드를 치른다. 성남전 패배에 아파할 필요가 없다. 다만 감독 교체의 어수선한 상황에서 선수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더 강력해야 한다. 이제는 정면 돌파 뿐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