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이화여대 SK텔레콤관에서 게임업계에 의미 있는 행사가 진행됐다. 지난 1년 6개월간의 작업 끝에 완성된 '게임사전'이 이번 행사를 통해 공개된 것이다.
이화여대 융합콘텐츠학과의 이인화, 한혜원 교수를 비롯해 디지털스토링텔링학회 연구진 62명이 집필하고,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이 감수를 맡은 '게임사전'은 표제어 2,188개를 담아 총 1,304페이지로 구성됐다.
표제어 선정에 1천 명이 넘는 인원이 몰려들어 8,839건의 단어를 제출했고, 집필진과 자문위원단은 이 단어 중 해당 단어의 사용 횟수, 빈도를 고려해 단어를 추려냈다. 책으로 제작된 사전이니만큼 한정된 공간 안에 최대한 범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단어를 포함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물론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게임에 편중된 표제어 선정과 '이 게임이 정말 이 시대를 대표하는 게임인가'하는 의문을 남기는 시대별 게임 선정에 대한 아쉬움은 사전 편찬에 있어 집필진이 마주한 현실의 벽을 고려해도 아쉬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이 사전이 의의가 있는 것은 지금까지 게임과 일반 문화를 연결시키려는 시도를 한 기업이 없었다는 점 때문이다. 게임은 그동안 즐기기 위한 존재,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존재하는 경향이 강했다. 게임산업 외에 위치한 이들이 게임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있는 것처럼, 게임산업 내에서도 게임에 대한 다른 형태의 선입견이 존재하고 있었다.
'게임사전' 편찬은 게임을 우리가 살고 있는 생활과 우리가 향유하는 문화와 관계를 두고 있는 존재로 접근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익숙한 대상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발걸음을 옮겼다 할 수 있다.
공개된 '게임사전'이 출간과 동시에 게임업계, 게임인, 유저 사이에서 하나의 '레퍼런스'로 사용될 가능성은 사실 높지 않다. 워낙에 신조어, 사어가 많이 발생하고 단어에 대한 자의적이거나 주관적인 이해가 다양하게 존재하는 것이 게임세계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가 이어진다면 언젠가는 모두가 레퍼런스로 납득할만한 의미를 담은 사전이 편찬될 것이다.
행사에 참석한 엔씨소프트의 이재성 전무는 이번 사전 편찬을 '물꼬를 텄다'는 의미로 이해했으면 한다고 이야기를 했다. 이 말을 기자는 엔씨소프트 스스로도 이번 사전 편찬에 거창한 의미를 두기보다는 게임과 일상을 이어주는 첫 걸음을 자신들이 시작했다는 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이해하고 싶다.
'게임사전' 편찬을 통해 트인 물꼬로 언어와 단어가 흘러서 사람들에게 게임이 단순한 여흥의 대상이 아닌 문화로 스며들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뉘앙스를 씻어내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게임인사이트 김한준 기자 endoflife81@gam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