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상황에 따른 대처 능력을 보고 싶다."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이 새 외국인 투수 파비오 카스티요에 대해 한 말이다. 이렇게 말한 것은 그만큼 그의 능력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는 것. 가능성을 봤다는 뜻이다.
김 감독은 30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 이글스와의 원정경기에 앞서 이날 선발인 카스티요에 대해 칭찬했다.
카스티요는 알렉스 마에스트리를 대신한 새 외국인 투수다. 지난 20일 한국에 왔고, 21일 팀에 합류해 시차 적응을 한 뒤 지난 25일 대전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에 선발등판해 7이닝 동안 안타(1홈런) 3탈삼진 1실점의 호투로 데뷔전서 첫 승을 신고했다. 사실 25만달러에 계약해 그리 기대를 받지 않았는데 이날 최고 159㎞의 강속구에 괜찮은 제구력을 선보여 팬들을 기대케했다.
김 감독도 카스티요에 대한 평가가 후했다. "지난 경기서 홈런을 맞더니 투구 패턴을 바꾸는 것을 보고 보통이 아니다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당시 카스티요는 2회초 황재균에게 154㎞의 직구를 던졌다가 비거리 145m의 큰 홈런을 맞았다. 카스티요는 이후 한점도 주지않고 7회까지 안정적인 피칭을 이었다. 김 감독은 "보통 (외국인) 투수 같으면 홈런을 맞으면 흥분해서 더 강하게 던지려고만 한다. 그런데 카스티요는 황재균한테 맞았는데도 침착했고, 그 다음부터는 완급조절을 하면서 던지더라"라고 카스티요의 빠른 적응력을 칭찬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카스티요가 더 많은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보고싶어했다. 빠른 타자가 많고 작전수행능력이 뛰어난 넥센이 김 감독이 보고싶은 장면을 많이 만들어 낼수 있는 팀이었다.
아쉽게도 카스티요는 29일 넥센과의 경기에 두번째 선발등판해서는 롯데와의 첫 등판처럼 인상적인 피칭을 하지 못했다. 2⅔이닝 동안 8개의 안타와 3개의 4사구로 6점을 내주고 장민재와 교체됐다.
1회엔 2번 고종욱에게 몸쪽 꽉찬 156㎞의 직구로 삼진을 잡는 등 안타 1개를 맞았지만 좋은 모습을 보였다. 2회말엔 안타 2개와 볼넷으로 1사 만루의 위기에서 9번 박정음을 투수앞 병살로 처리해 무실점을 이었다.
3회말을 넘기지 못했다. 1번 서건창을 볼넷, 2번 고종욱을 몸에 맞는 볼로 내준 게 화근이었다. 3번 김하성의 좌전안타로 무사 만루. 4번 윤석민의 우전안타로 1점을 내준 카스티요는 5번 김민성에겐 좌익 선상으로 빠져나가는 2루타를 맞고 2점을 더 내줬다. 채태인을 삼진으로 잡아 한숨 돌렸으나 베테랑 이택근에게 1B2S의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우익선상 2루타를 맞고 2점을 추가 실점. 박동원을 삼진으로 잡아 이닝을 마치는가 했지만 박정음에게도 우전안타를 맞고 6점째를 내줬다. 결국 김성근 감독은 카스티요를 교체. 카스티요는 1회엔 12개의 피칭 중 직구만 9개를 던지며 빠른 공 위주의 피칭을 했지만 2회엔 직구 7개, 슬라이더 7개를 던졌고, 3회엔 직구 16개에 슬라이더 14개, 체인지업 3개 등을 던지며 넥센 타자들을 상대로 완급조절을 하려했으나 쉽지 않았다. 고척돔=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