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생각하는 올인 전략일까. 치밀한 계산에서 나온 집중 전략일까.
지난 28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넥센 히어로즈를 만난 한화 이글스는 13대3으로 대승을 거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7점차로 앞선 7회에 박정진을 투입하고, 10점차로 앞선 8회에 장민재를 내보내 2이닝을 책임지게 했다. 이어 29일에는 윤규진을 선발로 내세웠는데, 이후 송창식(2⅓이닝), 박정진(⅔이닝), 심수창(1이닝), 정대훈(1이닝)을 추가로 등판시켰다. 그러나 이 경기에서는 4대7로 졌다. 30일에는 새 외국인 투수 파비오 카스티요를 선발로 정했다. 카스티요는 지난 25일 대전 롯데전 등판 이후 4일 휴식 후 등판이다.
넥센 원정 3연전에 나타난 일련의 과정은 한화 김성근 감독이 늘 유지해왔던 '투수 올인전략'의 집약판이다. 1승1패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면서도 뭔가 아쉬움을 남게 한다. 29일의 패배는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28일 경기 후반 박정진과 장민재의 투입, 그리고 5일 휴식을 줄 수도 있었던 윤규진과 카스티요의 선발 등판에는 어딘지 조급함마저 엿보인다. 한 템포만 여유를 가지면 조금 장기적으로 팀에 힘이 될 수 있는 투수진 운용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만약 28일 경기에서 최소한 장민재를 아끼고 차라리 29일에 선발 투입했다면 장민재와 윤규진을 모두 5일 휴식 후 쓸 수도 있었을 것이다. 장민재는 현재 한화 팀내에서 선발 경쟁력을 지닌 몇 안되는 우완 투수라는 점도 팬들의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카스티요 역시 5일 휴식 후 7월1일 대전 두산전에 등판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대단히 순조로운 선발 로테이션 그림이 나온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의 선택은 달랐다. '이상적인 예측'보다는 현실적인 결과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김 감독의 스타일 때문. 우선 10점차 리드에서 장민재의 투입. 사실 이런 장면은 지난해에도 흔히 나타났다. 경기 막판 6~7점을 앞설 때도 필승조인 권 혁을 내는 장면히 숱하게 나왔다.
김 감독은 경기 후반 승리를 완벽하게 지키는 걸 중요하게 여긴다. 넥센 타선의 응집력이 아무리 강해도 10점 리드가 뒤집힐 가능성은 매우 적다. 하지만 어설픈 추격조 요원들을 냈다가 대량 득점을 허용할 가능성은 있다. 10점차 리드가 순식간에 좁혀질 수 있고, 그럼 역전패의 가능성이 생긴다. 이 미약한 가능성마저 배제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또 추격을 허용한 뒤에 필승조와 마무리 정우람을 가동하는 건 이겨도 데미지가 크다. '이길 때는 모든 걸 쏟아붓더라도 확실히 이기자'가 김 감독의 전략이다. 분명, 장민재의 투입은 다른 팀의 사령탑이었다면 배제할 가능성이 큰 선택이다. 그러나 김 감독은 이런 야구를 오랫동안 해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럼 이렇게 해서 한화는 무엇을 얻었을까. 일단 정우람을 쉬게했다. 정우람은 23일과 24일에 연투를 하며 56개의 공을 던져 총 3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이후 28일에 이어 29일까지 5일을 푹 쉬었다. 이렇게 비축한 힘은 분명 큰 효과로 돌아올 수 있다. 그리고 장민재는 지난 17일부터 선발이 아닌 불펜으로 투입되고 있었다. 장민재를 활용해 정우람을 아낀 것이다.
그럼 29일 윤규진과 30일 카스티요의 선발 출격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장민재를 내부적으로 불펜과 선발을 오가는 스윙맨으로 설정해놨고, 28일에 투입한 시점에서 이미 윤규진의 29일 선발은 피할수 없는 결과다. 4일 휴식보다 5일 휴식이 조금 더 나을 순 있겠지만, 그게 대세를 전환할 만큼의 변수는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듯 하다.
또 하나의 중요 변수는 주말 장마 예보다. 중부지방에는 금요일부터 주말내내 장마가 예보된 상황이다. 3경기 중에 적어도 1~2경기는 못하게 될 확률이 매우 높다. 장마철 기상 예보는 모든 팀의 투수 운용전략에 매우 중요한 변수다. 한화 역시 이런 요소를 고려해 아예 카스티요를 30일에 쓴다고 볼 수 있다. 주말 3연전 중 어느 경기가 취소될 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가장 확실하게 투입해 승리 확률을 높이는 투입 시점을 30일로 잡은 것이다.
분명 김 감독의 작전이나 전략이 일반적이지는 않다. 또 현대 야구의 흐름과도 엇나간 면이 크다. 또 지금까지의 결과가 썩 좋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투수 운용은 어디까지나 감독이 정하고 책임지는 일이다. 결과는 좋지 않을 지라도 계산은 늘 확실히 서 있다. 김 감독이 한화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한 이런 방식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