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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갑질' 횡포 속 올림픽 효자종목이 울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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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공정, 그리고 이에 기반한 신뢰라는 가치는 지금의 포스코를 있게 한 최고의 자산이었으며, 앞으로도 우리 포스코를 지탱하고 미래를 열어갈 최고의 가치 기준입니다."

포스코 권오준 회장이 그룹 홈페이지 CEO메시지를 통해 강조한 대목이다. 진실·공정·신뢰의 가치는 그룹 윤리헌장에도 명문화될 만큼 포스코가 보배처럼 여기는 덕목이다. 하지만 정작 불쌍한 아마추어 스포츠 앞에서 이 가치는 헌신짝처럼 내던져졌다.

철강 대기업 포스코가 배드민턴 유망주들의 선수생명을 놓고 '갑질' 횡포를 부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체육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

배드민턴은 한국 스포츠의 전통적인 효자 종목이다. 1개월 앞으로 다가온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도 메달 획득이 유력해 배드민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포스코에게 배드민턴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버리는 대상일 뿐이었다. 포스코가 배드민턴단을 창단한 지 2년 만에 나몰라라 하는 바람에 팀이 공중 분해될 위기에 처했다. 이 과정에서 진실·공정·신뢰의 가치는 어느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

포스코는 지난 2014년 2월 당시 계열사인 포스코특수강을 통해 여자 실업팀을 창단했다. 국가대표 코칭스태프로 일하던 박용제 감독과 이경원 코치를 스카우트하고 창원시청 소속 여자선수 6명을 인수하며 의욕을 보였다. 당시 신계륜 대한배드민턴협회 회장의 권유를 권오준 회장이 적극 수용한 결과물이었다. 아마추어 종목 육성, 지역민 여가문화, 회사 브랜드 가치 제고 등 사회공헌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2015년 2월 포스코특수강이 세아그룹으로 매각되면서 달라졌다. 당시 포스코는 세아창원특수강으로 배드민턴팀을 함께 넘기면서 "1년간 팀을 맡아주면 포스코 계열사로 다시 인수하겠다"고 약속했다. 세아그룹 측은 인수 계약서에 이 내용을 적시할 것으로 요청했으나 포스코 가치경영실 측은 "회장님들끼리 약속한 내용인데 걱정말라"고 답했다. 협회와 세아측은 이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포스코켐텍, 포스코대우(구 대우인터내셔널) 등 팀을 재인수할 포스코 계열사 이름까지 나왔다.

그러나 1년 시한인 2015년 12월 15일이 다가오자 포스코는 갑자기 배드민턴팀을 인수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결국 세아창원특수강 배드민턴팀은 지난 3월 15일 해체됐고, 경남체육회가 임시로 관리하고 있다. 세아창원특수강이 도의적으로 창원 훈련장, 숙소, 차량 등을 지원해왔는데 이마저도 6월말까지여서 다음달부터 선수들은 오갈데 조차 없어지게 된다. 전 세아창원특수강은 국가대표 김혜린을 비롯, 주니어대표 출신 유망주들을 보유하고 있고 2014년 전국체전 단체·여자복식 3위, 2015년 오사카챌린지국제배드민턴선수권 여자복식 동메달 등 꾸준히 좋은 성적을 유지해왔다.

더구나 고교 랭킹 1, 2위의 주니어대표 선수 2명이 포스코로 재인수된다는 얘기를 믿고 이 팀에 입단한 상태다. 미래 한국 배드민턴을 이끌 꿈나무가 꿈도 펼치지 못하게 됐다. 선수들은 실업급여로 근근이 버티고 있고, 한 선수의 부모는 포스코켐텍으로 인수된다는 얘기를 믿고 딸 뒷바라지를 위해 전북 전주에서 경북 포항으로 이사까지했다.

박용제 감독은 선수들이 새로운 팀을 찾을 때까지 6개월 만이라도 관리해 줄 것을 호소한 편지를 보내고 포스코 측에 여러차례 면담을 요청했지만 묵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드민턴협회 관계자는 "선수와 부모들이 눈물로 지내며 잠도 못이루고 있다. 박 감독이 백방으로 뛰어다니지만 통하지 않는다"면서 "포스코의 위상과 이미지를 믿고 한 약속을 이제와서 모른 척 하는 것은 너무 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포스코 홍보팀 관계자는 "2015년 창사 후 처음으로 적자가 나는 등 경영 상황이 어려워서 팀을 운영할 수 없다는 공문을 작년 말 협회에 보냈다"면서 "포스코특수강을 매각할 당시 팀을 포스코 계열사로 재인수하겠다는 약속은 확인해보겠다. 담당 부서에 통보해 대책을 찾아보겠다"고 답변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