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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황선홍 감독, 데뷔전에서 '추억'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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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9일이었다.

포항을 호령하던 황선홍 감독이 고별전을 치렀다. 상대가 공교롭게도 FC서울이었다. 2대1로 승리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황 감독이 포항에서 묵묵히 걸어온 5년간의 여정이 경기장 대형 스크린을 통해 담담하게 펼쳐지는 동안 그는 끝내 참고 참았던 눈물을 훔쳤다. "당분간 한국을 떠나 있을 생각이다. 조용한 데 가서 쉬고 싶은 생각"이라며 말문을 연 황 감독은 '언제 다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모르겠다. 언제 돌아올 지도 기약이 없다. 지금으로선 약속 드릴 수 있는게 없다"고 했다.

그로부터 꼭 7개월이 흘렀다. 기약 없이 떠났던 황 감독이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6월 29일 그의 '감독 시계'가 다시 움직인다. 더 이상 포항이 아니다. 분수령마다 발목이 잡혀 '타도 대상' 1순위였던 서울의 지휘봉을 잡은 그는 이날 오후 7시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성남과의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7라운드에서 첫 걸음을 옮긴다.

황 감독은 27일 첫 훈련을 지휘했다. 여전히 모든 것이 낯설지만 여유를 부릴 틈이 없다. 갈 길이 바쁘다. 서울은 최근 2경기 연속 승리(1무1패)하지 못했다. 승점 30으로 선두 전북(승점 32·8승8무)이 여전히 사정권에 있지만 3위 울산(승점 27·8승3무5패)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뭐든지 첫 단추를 잘 꿰야한다. 서울 데뷔전을 앞둔 황 감독은 '추억'을 이야기했다. 그는 "부상 선수와 경고 등 미드필더에 누수가 있지만 복안은 어느 정도 서 있다. 선수들과 잘 소통하고 잘 만들어서 좋은 추억이 되도록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미드필더에선 주세종이 부상인 가운데 박용우가 경고누적으로 결장한다.

칼을 댈 시간이 없었다. 데뷔전에선 큰 틀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용수 감독이 구축한 3-5-2 시스템은 유지한다. 다만 자신의 색깔은 점진적으로 가미할 계획이다. 황 감독은 "서울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내가 원하는 섬세하고 빠른 축구를 발전시켜서 서울이 지금보다 더 역동적인 축구를 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연착륙을 위해선 승리가 필요하다. 황 감독이 말한 '추억'도 승점 3점을 의미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 선수들도 달라져야 한다. 신임 감독에게 눈도장을 받기 위해선 그라운드에서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 어수선한 분위기에 편승해 집중력을 잃는 순간 황 감독의 머릿속에서 지워질 수도 있다. 올 시즌 아직 반환점도 돌지 않았다. 갈 길이 더 많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황 감독의 데뷔전 상대인 성남도 긴장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추억이 아닌 악몽을 선사하겠다는 각오다. 성남은 반전이 절실하다. 최근 5경기 연속 무승(2무3패)이다. 한때 3위를 질주하며 전북과 서울을 위협할 다크호스로 평가받았지만 최근의 부진으로 순위는 6위(승점 23·6승5무5패)까지 떨어졌다.

올 시즌 11골로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성남의 티아고는 적으로 황 감독과 재회한다. 황 감독은 지난해 포항에서 티아고를 영입했다. 티아고는 올 시즌 포항에서 성남으로 이적한 후 최고의 골감각을 자랑하고 있다.

최용수 감독이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중국으로 떠났지만 상암벌에는 여전히 풍성한 스토리가 팬들을 유혹하고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