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가 침몰했다.
잉글랜드는 28일(이하 한국시각) 프랑스 니스의 알리안츠 리비에라에서 열린 아이슬란드와의 유로2016 16강전에서 1대2로 무릎을 꿇었다.
분명 잉글랜드는 아이슬란드보다 강한 전력을 갖췄다. 경기 전만 해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1위인 잉글랜드가 아이슬란드(34위)를 제압할 것으로 보였다.
경기 초반 분위기는 잉글랜드가 주도했다. 부진 논란에 휩싸였던 라힘 스털링과 에이스 웨인 루니를 필두로 매섭게 아이슬란드를 몰아세웠다. 선제골은 잉글랜드의 몫이었다. 전반 4분 스털링이 아이슬란드 페널티박스 안쪽에서 골키퍼의 무리한 태클에 쓰러졌다.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키커로 나선 루니가 침착하게 차 넣었다.
그러나 기쁨은 오래 가지 않았다. 전반 6분 시구르드손이 문전에서 아르나손의 헤딩 패스를 발리 슈팅으로 연결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다급해진 잉글랜드가 총공세에 나섰다. 하지만 되려 일격을 얻어맞았다. 전반 18분 아이슬란드가 섬세한 패스 플레이로 잉글랜드의 압박을 풀어냈다. 패스가 무사히 페널티박스 안쪽 중앙에 자리잡고 있던 시그도르손에게 연결됐다. 시그도르손이 지체 없이 오른발 슈팅으로 잉글랜드 골망을 흔들었다. 결승포였다.
바닥까지 떨어진 '축구 종가'의 자존심. 경기 후 로이 호지슨 잉글랜드 감독이 전격 사퇴했다. 호지슨 감독은 기자회견을 통해 "2년 더 대표팀을 맡고 싶었다. 그러나 결과에는 책임이 따른다"며 "우리가 가진 능력에 맞는 위치에 도달하지 못했다.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라고 했다. 이어 "실망스러운 결과다. 이제는 다른 지도자가 잉글랜드의 발전을 이끌어야 할 시기"라고 밝혔다.
코치들도 책임을 통감했다. 호지슨 감독에 이어 게리 네빌 코치와 레이 르윙턴 코치가 대표팀에서 물러났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미러는 '네빌 코치와 르윙턴 코치가 호지슨 감독과 함께 대표팀을 떠난다'고 보도했다.
초상집이 된 잉글랜드. 반면 아이슬란드는 잔치 분위기다. 이번 대회를 통해 유로 본선에 첫 선을 보인 아이슬란드는 8강까지 오르며 장밋빛 미래를 꿈꾸고 있다.
잉글랜드의 눈물을 뒤로 한 채 유로2016 8강 대진이 결정됐다. 다음달 1일 폴란드-포르투갈전을 시작으로 2일에는 웨일스와 벨기에가 격돌한다. 주목을 끄는 매치가 있다. 7월 3일 펼쳐질 독일-이탈리아전이다. 개최국 프랑스는 4일 아이슬란드를 상대한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유로2016 8강 대진(한국시각)
폴란드-포르투갈(7월 1일 오전 4시·프랑스 마르세유)
웨일스-벨기에(7월 2일 오전 4시·프랑스 릴)
독일-이탈리아(7월 3일 오전 4시·프랑스 보르도)
프랑스-아이슬란드(7월 4일 오전 4시·프랑스 생드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