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싱겁게 끝났다.
28일(이하 한국시각) 프랑스 생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유로2016 16강전을 벌였다. 사실상 결승전이었다. 경기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다.
팽팽한 접전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위의 스페인이 12위인 이탈리아에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이탈리아의 전력이 노쇠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오판이었다. 일방적이었다. 내용과 결과에서 이탈리아가 완승을 거뒀다. 2대0. 이탈리아는 완벽한 경기력으로 스페인을 돌려보냈다.
마치 승리하는 법을 아는 듯했다. 이탈리아는 3-5-2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일반적으로 스리백은 수비적인 전형으로 알려져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탈리아의 스리백은 방패인 동시에 강력한 철퇴였다.
이탈리아는 일사불란한 움직임으로 스페인의 패스 플레이를 저지했다. 동시에 측면 윙백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공격루트를 창출했다. 특히 최전방 공격수 그라지아노 펠레는 스페인 위험지역을 활발히 움직이며 공간을 만들었다.
스페인은 안드레아스 이니에스타를 중심으로 이탈리아 공략에 나섰다. 그러나 재미를 보지 못했다. 특유의 '티키타카'도 실종됐다.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공세를 펼친 이탈리아. 압도적인 경기력에도 서두르는 법이 없었다. 차분하게 기회를 기다렸다. 스페인을 무너뜨리는 데에는 1골이면 충분했다. 전반 33분 조르지오 키엘리니의 선제골 이후 스페인이 다급해졌다. 이탈리아는 여유있게 빗장을 걸어 잠그며 스페인의 자멸을 기다렸다. 그리고 다시 한 방을 터뜨렸다. 후반 추가 시간 펠레가 스페인 골망을 흔들며 스페인의 추격의지를 완전히 꺾어버렸다.
차분하면서도 날카롭게 펼쳐지는 이탈리아식 축구. 조별리그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탈리아는 14일 벨기에와의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도 2대0 완승을 거뒀다. 당시 벨기에의 우세를 점치는 예측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스페인과의 16강전과 비슷한 양상이었다. 이탈리아는 단단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벨기에의 흐름을 끊었고 전반 32분 엠마누엘 자케리니의 선제골로 흐름을 주도했다. 만회골을 위해 벨기에가 라인을 올리자 이탈리아는 흐트러진 상대 밸런스의 작은 틈새를 놓치지 않았다. 역시 경기 종료 직전에 터진 펠레의 추가골로 벨기에를 주저앉혔다.
강팀을 만났을 때 더욱 빛을 발하는 이탈리아. 하지만 또 하나의 큰 산이 이탈리아를 기다리고 있다. 이탈리아의 8강 상대는 '전차군단' 독일이다. 이탈리아는 3월 독일과의 평가전에서 1대4로 완패했다. 이탈리아의 승리 공식이 독일에도 통할지 지켜볼 일이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