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단언컨대, 배우 장혁의 최고의 인생 연기가 안방극장에서 펼쳐지고 있다.
지난 27일 오후 방송된 KBS2 월화드라마 '뷰티풀 마인드'(김태희 극본, 모완일 연출) 3회에서는 이영오(장혁)가 강철민(이동규) 죽음에 대해 의심을 품기 시작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진 이영오의 사연이 밝혀진 충격의 2회에 이어 3회에서는 본격적으로 미스테리한 사건에 빠져드는 이영오, 계진성(박소담), 현석주(윤현민)의 스토리가 펼쳐져 시청자를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들었다.
가장 먼저 이영오는 "강철민 환자 머릿속에 있는 곰팡이 균은 심장에 있는 돌연변이 병변에 의해 발생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 희귀 병변을 감추기 위해서 심장을 적출한 것이죠. 그런 짓을 할 만큼 누군가 간절한 이유가 있었겠죠"라며 강철민의 사라진 심장을 두고 수사에 나선 계진성에게 자신 외에도 시체안치실을 찾은 또 다른 사람이 있다고 밝혔다. 바로 현석주라는 것. 계진성은 이영오의 말에 CCTV를 돌려봤고 현석주가 시체안치실에 들어가는 모습을 발견했다. 이미 이영오에 대한 알리바이는 입증된바, 계진성의 주치의이자 그가 짝사랑한 대상인 현석주가 용의 선상에 오른 상황. 계진성은 괴로웠다. 하지만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사명감이 더 컸고 고민 끝에 신동재(김종수)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놨다.
신동재는 과거 계진성의 심장판막을 집도한 아버지 같은 의사이며 현석주에겐 둘도 없는 따뜻한 선배였다. 하지만 계진성이 말한 진실에 그 역시 당황하고 혼란스러워했다. 신동재는 계진성과 헤어진 뒤 곧바로 현성병원으로 향해 이영오를 만났지만 어떤 진실을 말하기도 전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이에 이영오는 수술에 들어갔지만 결국 신동재는 테이블데스로 사망했다. 한 치의 실수도 없었던 이영오에게 충격의 사건이었다. 예상과 벗어난 결과에 이영오는 현실을 부인했고 수술실에 나오면서 "난 틀리지 않았습니다. 내 수술은 실패가 아니에요. 난 틀리지 않았습니다"라고 기계처럼 되뇌었다.
이를 본 계진성은 "당신 집도의잖아. 집도의가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라며 이영오를 붙잡으며 원망했고 이영오는 "집도의로서 말하죠. 난 완벽한 수술을 했습니다. 난 완벽한 수술을 했어요!"라고 몰아붙였다.
때마침 나타난 이건명은 "그만, 남은 이야기는 모탈리티 컨퍼런스(환자의 사망 원인과 과정을 살펴 재발을 방지하려는 회의) 더 듣기로 하지. 그건 아직 센터장으로서 권한일 테니까"라고 섬뜩하게 날을 세웠다. 이건명의 제지에 분노한 이영오는 병원 복도로 뛰쳐나가 벽에 자신의 주먹을 내리쳤다. 멘탈이 붕괴된 이영오의 광기는 섬뜩, 그 자체였다.
이후 이영오는 신동재를 수술했던 수술실에 앉아 자신의 수술을 곱씹었다. 그리고 신동재의 장례식을 참석해 또 한 번의 파란을 일으몄다.
혜성병원 관계자는 물론 신동재의 가족들이 한데 모인 장례식에서 이영오는 "추도사, 제가 할 수 있게 허락해 주십시오. 집도의로서 책임을 다하고 싶습니다"라며 말문을 열었고 이어 자리를 잡은 뒤 "신동재 원장의 사망 원인은 살인입니다"고 폭로했다.
그는 "신동재 원장이 5년간 복용한 당뇨약입니다. 신 원장의 죽음은 이 한 봉의 당뇨약에 의해서 시작됐습니다. 이 한 봉의 당뇨약, 인슐린 제조와 감기약 성분인 슈도에페드린이 만나면 아주 치명적인 급성 뇌출혈을 일으키는 다이너마이트가 됩니다. 고혈압에 의한 뇌인성 뇌출혈. 자연사를 노리는 범인에겐 가장 좋은 방법이었겠죠"라며 신동재의 죽음이 살인이라 설명했다.
이에 채순호(이재룡)는 "부검을 해보는 게 어떤가? 이영오 선생이 자신의 수술 실패를 모면해 보려는 말장난이 아니라면"이라며 솔깃한 제안을 건넸고 이영오는 "그건 곤란합니다. 또 누군가가 여기 시신에 장난질을 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강철민 환자 때처럼.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미리 혈액 샘플을 채취해서 병리학과에 검사를 의뢰해 놨습니다. 신동재 원장의 죽음은 명백한 살인입니다. 신동재 원장을 살해한 범인은 지금 이 안에 있습니다. 여러분들 가운데 말이죠"라고 모두를 긴장에 빠트렸다.
이제 겨우 3회밖에 보여주지 않았지만 장혁의 반사회적 인격장애 연기는 극 전체를 아우르는 폭발적인 힘을 과시하고 있다. 자신의 행동에 연민, 동정, 죄책감 등 어떤 감정도 느끼지 않음은 물론 착취적이고 야망적인, 우월함에 빠진 이영오를 연기하는 장혁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악역으로 등장했던 소시오패스보다 더 큰 섬뜩함을 안긴다. 초점 없는 동공부터 보는 이의 주먹까지 아프게 만드는 분노 연기까지. 무더위를 잊게 만든 오싹한 전율을 자아내고 있다.
1991년 방송된 KBS2 드라마 '학교1'부터 2002년 SBS '명량소녀 성공기', 2007년 MBC '고맙습니다', 2010년 KBS2 '추노', 2011년 SBS '뿌리깊은 나무', 2013년 KBS2 '아이리스2', 2014년 MBC '운명처럼 널 사랑해' 등 학원물이면 학원물, 로코면 로코, 사극이면 사극까지 만능 연기를 소화해온 장혁은 올해 '뷰티풀 마인드'로 또 하나의 인생작을 만들었다. 장혁의 필모그래피 중 역대 최고의 인생 연기라 평해도 한치의 부족함이 없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KBS2 '뷰티풀 마인드'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