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클로저 임무. 그러나 세이브 기회는 아직 없다.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또 한 번 몸도 풀지 않고 경기를 마쳤다.
세인트루이스는 28일(한국시각)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카우프만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2대6으로 역전패했다. 1회초 맷 홀리데이가 선제 투런 홈런을 폭발했지만 선발 애덤 웨인라이트가 5이닝 9안타 6실점(4자책점)했다. 이에 따라 오승환의 등판은 없었다. 마무리에서 밀린 트레버 로젠탈이 8회말 1이닝 2안타 무실점으로 막으며 부진 탈출의 가능성을 보였다.
오승환은 전날에도 몸을 풀 뻔 하다가 무산됐다. 야수들이 8-6으로 앞선 8회 1점, 9회 2점을 뽑았기 때문이다. 마이크 메시나 세인트루이스 감독은 세이브 상황이 아닌 9회 새 마무리를 기용하지 않았다. 이는 메이저리그에서 익숙한 패턴. 오승환의 첫 세이브 달성 장면을 보고픈 국내외 팬들만 애가 탄다.
현재 전문가들은 오승환이 큰 무리 없이 마무리로 정착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7~8회와 9회가 주는 중압감은 차원이 다르지만, 한일 야구에서 이미 최고의 클로저로 활약했다는 이유에서다. 김선우 MBC 스포츠+ 해설위원은 "그 곳(미국)에서도 자신의 공이 통한다는 걸 확인했다. 그만큼 자신감이 생겼고 원하는 곳에 공을 뿌리고 있다"며 "오승환이 서른 중반의 나이에 진화했다는 느낌을 준다"고 했다. 이어 "오승환이 갖고 있는 강점은 역시 독특한 투구폼이다. 웬만해서 그 폼에 타이밍을 잡기 쉽지 않다"면서 "한국, 미국과 달리 메이저리그는 30개 팀이다. 자주 붙지 않기 때문에 오승환의 공이 더 낯설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분석을 한다고 때릴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다른 팀 불펜 투수들이 막강한 것도 자주 상대하지 못하는 데 따른 것"이라며 "오승환은 마무리로서도 잘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기술적으로는 두 가지 슬라이더를 던지며 효과를 보고 있다. 시즌 초와 달리 이 변화구 스피드에 변화를 주고 있는 것이다. 오승환은 한국과 일본 야구 시절 좌타자에게 슬라이더를 던지지 않았다. 굳이 던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한 단계 위의 빅리그 타자를 상대하며 볼배합이 조금 변했다. 그리고 그 핵심이 슬라이더다. 김 위원도 "실밥이 도드라지지 않은 메이저리그 공인구를 아주 편하게 생각한다. 동료들이 커터를 던지는 걸 유심히 지켜보며 응용하고 있는 듯 하다"며 "오른손 타자, 왼손 타자에게 던지는 슬라이더에 차이가 있다. 대단한 선수"라고 했다.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이 0.79에 불과한 것도 마무리 오승환의 성공 시대를 예상케 한다. 그는 37경기에 등판해 38이닝을 소화하며 피안타율이 0.161에 불과하다. 볼넷은 8개 밖에 없어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지도 않는다. 150㎞ 안팎의 직구, 두 가지 슬라이더, 체인지업(스플리터)까지 원하는 곳에 뿌리니 보는 사람이 편하다. 앞서 로젠탈이 마무리에서 밀린 것도 29경기 24이닝을 던지면서 볼넷이 21개나 됐기 때문이다. 또 그는 피안타율도 0.292로 상당히 높았다. 김선우 위원은 "지금 오승환은 칭찬할 부분밖에 없다. 독특한 투구폼, 두 가지 슬라이더, 제구 등 성공 요인이 가득하다"고 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