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마르테-유한준-박경수-이진영-김상현.
kt 위즈나 26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 선택한 3번에서 7번까지의 타순. 상대 투수 입장에서는 숨이 턱 막힐만 하다. 5명 모두 담장을 넘길 수 있는 힘이 있고, 그렇다고 컨택트 능력이 떨어지는 타자들도 아니다. 그야말로 공포의 중심 타선이다.
드디어 kt 위즈 타선이 완전체가 됐다. 4월 개막 후 잠시 이 라인업의 기쁨을 맛봤던 kt.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유한준이 5월 6일 허벅지 내측 부상으로 이탈하며 부상 악령이 찾아왔다. 이후 이진영과 김상현도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졌다. kt는 5월 중순 이후부터 이 주축 타자들 없이 경기를 치러야 했다. 트레이드로 영입한 유민상, 그리고 신예 전민수 등으로 없는 자리를 메웠다. 젊은 선수들이 이를 악물고 경기를 뛰어준 덕분에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5-6월 kt는 힘든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찬스에서 터지는 적시타 수가 현저하게 줄어들다 보니, 힘든 경기가 이어졌다. 이겨도, 져도 박빙의 승부가 이어져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컸다.
하지만 지난 14일 유한준의 복귀를 시작으로 숨통이 틔였다. 이후 이진영과 김상현까지 모두 부상을 털고 돌아왔다. 이제서야 제대로 된 타순으로 경기를 치를 수 있게 됐다.
세 사람의 복귀는 이들이 때려내는 홈런, 안타로 의미를 더할 수도 있지만 다른 선수들에게 반사 효과도 준다. 이들의 부재시 고생했던 선수들이 마르테와 박경수. 두 사람 모두 중심 타선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타격 밸런스가 무너졌었다. 마르테가 특히 심했다. 지나치게 큰 스윙으로 해결 능력을 과시하려 했다. 마르테가 부진하자 박경수는 4번타자 역할까지 맡아야 했다.
그런데 거짓말같이 두 사람이 최근 살아나고 있다. 마르테는 18일 NC 다이노스전을 시작으로 26일 삼성전까지 7경기를 치르는 동안 6경기에서 안타를 때려냈다. 그 중 3안타 경기 2번, 2안타 경기 2번이다. 3홈런 12타점. 완벽히 살아난 모습이다. 박경수는 25-26일 양일간 삼성을 상대로 각각 홈런 2개씩을 몰아쳤다. 앞-뒤로 무게감 있는 타자들이 배치되자 상대 투수들이 두 사람에게 적극적인 승부를 들어올 수밖에 없다. 지난 2달 동안 극심한 상대 견제를 받으며 스트레스를 받았던 두 사람이다.
kt가 7월 더 무서워질 수 있는 건 아직은 실전 감각이 조금 덜 돌아온 이진영과 김상현의 존재감 때문이다. 두 사람마저 100% 컨디션으로 타격에 임한다면 상대 입장에서는 쉬어갈 틈이 없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타자들이기 때문에, 실전 감각만 조금 더 쌓는다면 금세 제 페이스를 찾을 선수들이다. kt는 이번 시즌 리드오프 이대형이 타율 3할2푼9리, 출루율 3할8푼9리를 기록하며 찬스를 만들고 있다. 하위 타선에서는 포수 김종민이 미친 존재감을 과시중이다.
조범현 감독은 어려웠던 5-6월 일정을 치르며 "지금만 잘 버티면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승부수를 걸어볼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 자신감의 기반이 바로 이 kt의 핵타선이다. 과연 kt의 7월 대반격이 시작될 수 있을까.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