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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타에 유격수까지' LG에 손주인이 없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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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손주인이 없었다면 올시즌 LG 트윈스는 어떤 길을 걷고 있었을까.

LG는 지난 주말 까다로운 상대 넥센 히어로즈와의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장식했다. 4연속 루징시리즈 아픔을 탈출했다. 그렇게 31승1무35패로 5위 자리를 지켰다. 치고 올라오지 못하는 중하위권 팀들이 도와주는 측면도 없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약한 전력이라는 LG가 시즌 중반까지 순위 경쟁을 잘해오고 있다.

LG 선전의 이유는 여러 개가 있겠지만, 이 선수의 활약을 절대 빼놓을 수 없다. 이제는 포지션을 2루수라고 단정지을 수 없는 손주인이다.

손주인은 26일 넥센전까지 47경기 145타수 53안타 타율 3할6푼6리를 기록중이다. 넥센 3연전 모든 경기에서 안타를 때려냈고, 타점은 3개를 추가했다. 시즌 20타점. 1군 복귀 후 4할대 고타율을 유지하다 지금은 3할6푼대 타율로 떨어졌지만, 이 또한 엄청난 수치다.

손주인은 시범경기에서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 여기에 양상문 감독의 리빌딩 정책도 있었다. 때문에 개막전 주전 2루수는 후배 정주현의 몫이었다. 손주인은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경험이 부족한 정주현이 공-수에서 100% 자기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다. 그렇게 4월28일 손주인이 돌아왔다. 기적이 일어났다. 안정적인 2루 수비에 비해 상대적으로 타격에서는 저평가를 받았던 손주인. 그런데 5월 23경기에서 30개의 안타를 몰아쳤다. 어떻게든 1군에서 자기 역할을 하겠다는 간절함이 만들어낸 결과. 6월에도 26일 넥센전까지 월간 타율 2할9푼7리를 유지하고 있다. 보통 6번, 7번 타순에 나서는데 중심 타선과 하위 타선 사이에서 상대 투수들을 더욱 긴장시키는 중이다. 상대팀 입장에서는 중심 타선에 점수를 허용하는 것도 아쉽지만, 하위 타선에 있는 손주인에게 얻어맞는 경우 그 충격이 배가된다. 손주인이 1군에 오기 전까지 LG는 10승10패를 기록중이었다. 다른 경쟁 팀들 역시 이 때까지는 5할 승률 언저리에 있었다. 하지만 많은 팀들이 5할 이하 승률로 치열한 중하위권 경쟁을 펼치는 동안 LG는 계속해서 5할 근처에서 버티며 중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공격도 공격인데, 최근에는 수비에서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LG는 주전 유격수 오지환의 믿을 수 없는 부진으로 고민에 빠졌다. 그 대안으로 출전시켰던 강승호가 '멘붕'에 빠지며 2경기 만에 2군에 갔다. 윤진호는 수비가 좋지만 타격이 약하고, 신예 장준원 역시 아직 안정감이 부족하다. 결국 당장 버텨야 하는 절박한 LG 양 감독은 손주인 유격수 카드를 꺼내들어다. 25일 넥센전 경기 도중 시즌 첫 유격수 출전을 한 손주인이 안정적인 수비를 선보이자, 26-27일 넥센전에서는 아예 손주인을 유격수로 출격시킨 것이다. 그렇게 되면 2루에 정주현을 투입해 공격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사실, 손주인은 2014년에도 조기 퇴출된 조쉬벨을 대신해 2루에서 3루수로 포지션 이동을 한 경험이 있다. 이번 시즌에도 루이스 히메네스의 체력 안배 차원에서 3루수로 선발 출전한 적이 있다. 수비를 잘한다고 해도, 경기마다 포지션을 바꾸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자존심도 상할 법 하다. 하지만 손주인은 투입되는 자리에서마다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

만약, 손주인이 없었다면 LG가 힘겨웠던 5-6월 지금의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손주인은 이에 대해 "그냥 하루하루 열심히 할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