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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2016분석]잉글랜드 탈락, 축구판 '브렉시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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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영국)=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축구판 브렉시트(Brexit : 영국의 EU탈퇴)였다.

잉글랜드가 더 이상 유로 2016에서 탈락했다. 잉글랜드는 28일 새벽(한국시각) 프랑스 니스에서 열린 아이슬란드와의 유로 2016 16강전에서 1대2로 졌다.

불과 3일전 결정된 영국의 브렉시트와 닮았다. 전세계는 영국이 브렉시트 국민 투표에서 EU잔류를 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결과는 EU탈퇴였다. 영국인들 특히 런던을 제외한 대부분의 잉글랜드인들은 18~20세기초까지 전세계를 호령했던 과거의 망령에 사로잡혔다. EU에서 나간다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다고 착각했다. 여기에 정권 장악만을 노리는 기회주의적 정치인들이 뒤에서 불을 지폈다. 영국 국민들이 겪고 있는 실업과 물가 상승 등 암울한 상황이 이민자 탓이라고 선동했다. 세계 곳곳에서 그리고 영국 내에서 EU탈퇴는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경고마저도 '엘리트들의 기득권 지키기'라며 평가절하했다.

영국, 특히 잉글랜드가 주축이었다.런던을 제외한 대부분의 잉글랜드 사람들은 EU탈퇴를 선택했다. 그 결과 영국 파운드화는 치솟았다. 영국 내 글로벌 기업들은 탈출을 준비하고 있다. EU잔류를 주장했고, 그 여론이 높은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는 분리 독립을 추진하고 있다. '대'영제국이 아닌 잉글랜드만의 '소'영제국 전락을 눈앞에 두고 있다.

유로 2016에서 잉글랜드가 보여준 축구도 이와 비슷하다. 잉글랜드 팬들의 기대는 엄청났다. 축구 종가라는 자부심에 파묻혀 현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이번만큼은 우승을 할 것이라는 이유없는 기대감만 가득했다.

그나마 겨우 하나 댈 수 있는 이유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였다. EPL에 돈이 모이고 슈퍼스타들이 몰려왔다. 이번에 뽑은 선수들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의 국내 리그에서 뽑은 자국 선수들이다. 그저 세계의 스타 선수들과 경쟁하고 있으니 경기력이 높아졌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기대감에 불과했다. 그리고 자부심의 이유인 그 EPL 역시 2000년대 들어 외국 자본이 들어오면서 성장했다. 잉글랜드는 그것을 간과했다.

이민자에 대한 배타심은 여전했다. 잉글랜드 대표팀에는 이민자 출신 선수가 없다. 독일, 프랑스에는 이민자 가정 선수들이 많다. 심지어 자부심 강한 이탈리아마저도 에데르 등 귀화 선수를 쓰고 있다. 이민자에 대한 배려 없이 배타심으로 똘똘 뭉친 잉글랜드는 '우물안 개구리' 신세를 벗어날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지도자가 우둔했다. 로이 호지슨 감독은 결국 구시대의 상징이다. 최종 엔트리 선발에 있어서 대니 드링크워터를 뽑지 않았다. 대신 부상에서 갓 돌아온 잭 윌셔를 선발했다. 비난이 쇄도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철학을 고집했다. 결국 이번 대회에서 윌셔는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을 보였다. 웨인 루니에 대한 맹목적 믿음도 문제였다. 아이슬란드와의 16강전에서 루니는 경기력이 엉망이었다. 그럼에도 후반 41분까지 그를 기용했다. 키커도 문제였다. 2차전 웨일스전을 제외하고 스트라이커인 해리 케인을 계속 키커로 썼다. 케인의 킥이 그리 좋은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호지슨 감독은 케인의 키커 기용을 고집했다.

결국 이는 고집이 아니라 아집이었다. 그리고 남은 것은 유로 2016판 브렉시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