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성패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개최국의 성적이다.
기껏 손님을 초대해 놓은 주인이 중간에 쫓겨나면 잔치가 잘될리가 없다. 주객이 전도되지 않으려면 성적을 내는 수 밖에 없다. 그나마 프랑스는 좋은 기억이 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우승컵까지 거머쥐었다. 잔칫상도 잘 차렸고, 손님들도 좋아했고, 주인도 배불리 먹었다.
프랑스는 유로2016을 앞두고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다행히 재능있는 젊은 피들이 쏟아져나왔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경험을 쌓은 젊은 선수들이 잘 성장해줬다. 각 리그에서 생각지도 않았던 숨은 진주들이 발견됐다. 디디에 데샹 감독이 이끄는 '뉴 프랑스'는 프랑스월드컵과 유로2000을 연속 제패했던 황금세대 이후 최고의 멤버라는 평을 받았다. 폴 포그바는 지네딘 지단, 앙투안 그리즈만은 티에리 앙리, 블레이드 마튀디는 패트릭 비에이라에 비견됐다. 기술적이지만 역동적인 프랑스는 새로운 아트사커를 구현해냈다.
하지만 모든 것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카림 벤제마는 섹스 스캔들로 끝내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벤제마는 지난해 11월 프랑스 대표팀의 동료인 마티유 발부에나를 성관계 동영상으로 협박했단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이에 프랑스 축구협회는 벤제마를 대표팀에서 임시 제명하기로 결정했다. 벤제마는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 중 하나다. 그는 올 시즌에도 레알 마드리드를 유럽챔피언스리그 정상으로 이끌었다. 올리비에 지루, 앙드레 피에르 지냑 등이 아쉬운 결정력을 보이며 일부 팬들이 벤제마의 발탁을 주장했지만 데샹 감독의 선택은 단호했다. 설상가상으로 수비진까지 무너졌다. 마마두 사코는 4월 유로파리그에서 약물 복용 파동이 일어나며 대표팀을 떠났다. 믿었던 라파엘 바란까지 쓰러졌다. 졸지에 주전 센터백 두명을 잃어버렸다.
그래도 프랑스는 우승후보 명단에서 빠지지 않았다. 백업 전력도 나쁘지 않은데다 무엇보다 개최국 프리미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프랑스 국민들의 기대는 부담이지만, 부담감은 개인성향이 짙은 프랑스 선수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일단 이 부담감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는 듯 하다. 이기긴 이기는데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 좋게 말하면 뒷심이 좋은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상대를 압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16일(한국시각) 프랑스 마르세유 스타드 벨로드롬에서 열린 알바니아와의 유로2016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후반 45분 터진 그리즈만의 결승골을 앞세워 2대0으로 이겼다. 2연승에 성공한 프랑스는 처음으로 16강행을 결정지었다. 승리했지만 답답했다. 데샹 감독은 '프랑스의 핵' 포그바와 그리즈만을 제외하고 앤써니 마샬과 킹슬리 코망을 투입했다. 루마니아와의 1차전에서 보인 아쉬운 공격력을 씻기 위한 데샹 감독의 해법이었다. 하지만 프랑스의 공격은 위력적이지 못했다. 후반 들어 포그바, 그리즈만, 지냑이 연달아 교체로 투입됐지만 흐름은 달라지지 않았다.
후반 45분이 되어서야 이번 경기의 첫 유효슈팅이 나왔다. 그 슈팅이 결승골이 됐다. 아딜 라미가 오른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그리즈만이 헤딩으로 받아넣었다. 추가시간에는 드미트리 파예가 오른발 슈팅으로 추가골을 넣었다. 1차전과 데자뷔였다. 프랑스는 11일 루마니아전(2대1 프랑스 승)에서도 후반 44분이 되서야 파예의 결승골로 승리를 확정지었다. 팬들은 즐겁겠지만 매경기 극적인 승리를 기대할 수는 없다. 극적인 승리가 많다는 것은 전력이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극장골만으로는 우승을 차지할 수 없다. 프랑스가 원하는 것은 우승이다. 그게 개최국의 숙명이다.
한편, 앞서 열린 A조 경기에서는 루마니아와 스위스가 1대1로 비겨 나란히 승점 1점씩을 나눴다. 루마니아는 전반 18분 보그단 스탄쿠가 페널티킥을 성공하며 리드를 잡았으나, 후반 12분 스위스의 아드미르 메흐메디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며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