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닷컴 정안지 기자]저작권 인식이 부족해 대형 방송사가 표절을 일삼아도 그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조차 없던 중국이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SBS '심폐소생송'을 사실상 표절한 중국 장수위성TV의 '명곡이었구나(原?是金曲)-단오 명곡을 건지다'(端午金曲?)' 덕분이다.
16일 현재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표절 당한 오빠가 열받았다'는 토론 주제가 한창이다. 이 게시물에는 SBS '심폐소생송'과 장수위성TV '단오 명곡을 건지다' 방송 화면을 비교한 동영상 게시물이 첨부됐다.
이는 15일 한때 웨이보 화제 순위 3위까지 오르며 조회수 1억 5000만 건(16일 오전 10시 기준)을 돌파했다. 댓글은 17만 5000여 건이 넘게 이어지고 있다. 중국 동영상 사이트 유쿠, 투도, 아이치이, 텐센트 등에도 공유되며 확산 중이다.
지난 12일에도 웨이보에는 '# 한국 예능, 언제까지 표절할 것이냐'란 토론 주제가 한 차례 벌어져 반향을 일으켰던 터다. 이 게시물 역시 조회수 1억 이상을 기록했다.
국내 최정상급 아이돌 그룹 뮤직비디오가 유튜브 조회수 1억을 넘기는 일이 흔치 않은 점을 떠올리면 이례적이다.
특히 여론의 변화가 눈에 띈다.
관련 토론 주제 댓글 중 대부분은 '장수위성TV가 소송을 당해봐야 더 이상 이렇게 쉽게 남의 것을 빼앗지 못한다' '다른 방송사도 마찬가지다' 등 자국 방송사를 향한 현지 네티즌 비판 여론이 거세지는 분위기다.
과거 중국 네티즌 반응은 엇갈렸던 터다. 팔이 안으로 굽었다. '믿을 수 없다. 한국이 또 무조건 우긴다'는 식의 비하 의견이 없지 않았다.
그간 중국 방송사의 한국 예능 베끼기 논란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이번처럼 현지 네티즌의 큰 관심을 끈 적은 없었다. 저작권법이 미비한 중국 상황을 알기에 억울한 침해를 당해도 지레짐작 포기하는 한국 방송사가 많았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이번 '장수위성TV의 '심폐소생송' 표절 논란은 중국에서 굉장히 보기 드문 경우로 진화하고 있다"며 "네티즌의 인식 변화에 따른 여론을 유관 기관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SBS '심폐소생송'의 기획·제작사이자 저작권자인 코엔미디어는 "중국 장수위성TV의 표절로 인한 권리 침해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코엔미디어 측은 지난 3월 장수위성TV와 '심폐소생송'(영문명 My Hidden Song) 합작확인서를 주고 받았다.
양측 합작확인서에는 '장수위성TV의 '심폐소생송' 포맷 라이선스 구입 의향이 포함됐다. 포맷 라이선스 권한 소유주(코엔미디어)와 판권 계약에 대한 내용을 장수위성TV 측도 충분히 인식했다는 이야기다.
코엔미디어 측은 "그럼에도 장수위성TV는 녹화 직전, 중국 내 규제를 이유로 판권을 사지 않은 채 제작 인력만 원했다. 또한 저작권이 장수위성TV에 있음을 명시하자는 등 지나친 요구를 해왔고 결국 협의가 중단됐음에도 자신들 마음대로 프로그램을 고스란히 베껴 제작해 방송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장수위성TV에서 제작돼 6월 9일 전파를 탄 '명곡이었구단오 명곡을 건지다'는 '심폐소생송'과 매우 흡사했다.
4명의 '노래 깨우는 자'(한국에서 심폐소생사)가 1절을 부른 뒤 현장 200명 관객의 투표를 통해 '노래 깨우기' 여부를 결정했다. 120표 이상을 획득하면 원곡자가 등장하고, 남은 노래가 불렸다.
명칭을 제외하고 프로그램의 기획·포맷·규칙·내용 등이 모두 '심폐소생송'과 동일하다고 해도 무방했다.
사회자가 처음 등장해 노래를 부르고, 프로그램 규칙과 취지를 설명하는 오프닝 등 연출 기법마저 똑같았다. 굳이 다른 점을 찾자면 무대 세트 일부 디자인만 달랐다. 차별 요소로 언급하기조차 어렵다.
코엔미디어는 중국의 이러한 부당 행태를 바로잡고자 문화체육관광부·방송통신심의위원회·각 방송사·독립제작사협회 등 유관 기관에 협조를 요청,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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