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방송인 김구라는 현재 우리나라 예능계를 대표하는 MC 중 한 명이다.
화려한 언변과 여러 분야의 박학다식한 지식을 바탕으로 으로 정치 교양 JTBC '썰전', 음악 예능 MBC '복면가왕', 토크쇼 MBC '라디오스타' 등 여러 장르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맹활약 하고 있다. 지난 해 MBC 연예대상 대상과 제52회 백상예술대상 TV남자 예능상 등 굵직한 상을 휩쓸고 있는 건만 봐도 그의 활약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김구라의 거친 진행 방식을 좋아하지 않는 시청자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김구라 역시 지난 해 연예대상을 받은 후 "많은 분들이 제 방송 방식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는 걸 안다. 여전히 불편해 하는 분들도 있다"고 인정했다. 그의 말대로 상대방의 당황시키는 직설 화법, 거침없는 돌직구와 독설 등 김구라의 방식은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예능 스타일은 아니다.
하지만 김구라 식 예능을 좋아하지 않는 시청자들도 그가 아들 MC그리(김동현)와 함께 나오는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건 좋아한다. 독한 방송인 김구라가 아닌 따뜻한 아빠 김현동의 모습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캐릭터를 잃지 않기 위해 돌직구 멘트와 언짢은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려 해도 김구라에게는 아들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 뚝뚝 묻어난다. 지난 15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방송에서는 MC그리가 게스트로 출현했다. 김구라는 '캐시카우가 뭔지 아냐' '레미제라블의 작가는 누군지는 아냐' '학업이 불성실하다'고 물으며 아들에게도 예외없는 돌직구 질문을 날렸다. 하지만 이날 자료 사진으로 등장한 MC그리의 어린 시절 사진이 나오자 "이 사진 어디서 났냐. 너무 예쁘네, 이 사진은 잘라서 내가 가져가야 겠네"라며 흘러나오는 애정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이날 처음으로 자신이 작사 작곡한 노래 '열아홉'을 선보이는 MC그리의 모습을 바라보는 김구라의 모습은 어쩔 수 없는 아들 바보 아빠의 모습이었다. 김구나 혹시나 아들이 가사를 실수할까봐 초조한 표정으로 연신 무대와 모니터를 번갈아 살폈다. 평소 다른 게스트들의 무대를 볼 때와는 전혀 다른 표정이었다. '한참 돌아보니 아마 내가 태어난 날, 난 아버지의 아들로 김구라 아들로 만약 김현동의 아들이었담 친구들과 같았을까' '이혼 기사가 발표가 된 뒤에는 그저 잡생각이 심지어 현관 문 앞은 기자가 차지했을 때 그때부터 인간은 잔인한 걸 알게 됐네'라는 가사를 뱉어내는 MC그리를 보는 김구라의 표정은 그 어느 때 보다 애틋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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