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2016이 벌써 한 바퀴를 돌았다.
독일, 스페인 등 우승후보로 꼽히는 팀들은 승리를 거두면서 힘을 과시했다. 자신들의 색깔을 확실하게 드러내며 거둔 승리라는 점에 의미를 둘 만했다. 개최국 프랑스를 비롯해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등 강팀들도 승점 3을 얻으며 순항했다. 국제대회에 나서면 작아지는 '종가' 잉글랜드, 아이슬란드를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던 포르투갈이 무승부에 그친 게 눈에 띄었다.
조별리그 1라운드를 돌아보면 전술, 전력 면에서 압도적인 팀을 찾기 힘들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유로2016의 시기적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 유럽 대부분의 리그가 시즌을 마친 뒤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대회가 열렸다. 각 팀 주력 선수들의 피로가 극에 달한 시점에서 대회가 시작됐다는 것은 그만큼 완벽한 전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음을 뜻한다. '1라운드의 특성'도 꼽을 만하다. A매치 뿐만 아니라 클럽대항전에서도 조별리그 첫 경기가 갖는 의미는 적지 않다. 각 팀이 준비한 전략과 전술의 시험대이자 나아가 대회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무대다. 그만큼 첫 경기에 대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압도적인 팀들이 나오지 못한 것은 강팀으로 평가 받는 팀들을 상대한 약체들이 대비를 잘했다는 방증이다.
이 와중에도 두드러지는 것은 '팀'의 힘이다. 개인에 의존하는 전술보다는 컴팩트한 수비와 역습을 기반으로 상대를 공략하는 공통된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현대 축구는 직간접적으로 접하거나 확보할 수 있는 정보가 많기에 상대에 대한 대비도 보다 철저히 할 수 있다. '키플레이어'로 불리는 핵심 선수들이 개인 역량을 발휘하기가 어렵다. 흔히 '양민학살'이라고 불리는 3~4골차 경기가 쉽게 나올 수 없는 것도 이런 이유다.
2라운드에선 차이가 드러날 것이다. 1라운드에서 드러난 면면이 2라운드에서는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 강팀들은 대부분 경기를 거듭할수록 전력이 강화된다. 그러나 생각지 못한 암초를 만날 수도 있기에 판도를 속단하긴 이르다.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강자가 나타날 수도 있다. 매 대회 마다 새로운 세계 축구 트렌드를 만들어냈던 유로 대회의 진정한 묘미는 지금부터가 아닐까.
스포츠조선 해설위원·전 포항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