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고민이 됩니다."
제주 축구. 공격력 만큼은 최강이다. 하지만 많이 넣는만큼 많이 먹는다. 딜레마는 수비다.
조성환 감독(46)이 이끄는 제주는 11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광주와의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3라운드에서 3대2 승리를 거뒀다. 6일 서울에 4대3 극적인 승리를 거둔 데 이어 2연승을 달리고 있다. 제주는 화끈한 공격력을 선보이며 K리그 상위권 경쟁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야말로 '막강 화력'을 자랑하고 있다. 제주는 K리그 13경기에서 29골을 터뜨렸다. 최근 5경기에서만 16골을 퍼부었다. 조 감독은 "공격에서 우리가 원했던 모습들이 나오고 있다"며 만족을 표했다.
하지만 마냥 웃을 수는 없었다.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다. 수비력이다. 사실 올 시즌 개막 전부터 제주의 숙제는 수비 강화였다. 제주는 지난 시즌 리그 55골을 기록해 수원(60골), 전북(57골)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득점을 올렸지만 무려 56실점을 허용했다. 목표였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도 물거품이 됐다.
화끈한 공격력을 바탕으로 멋진 승부를 연출하는 제주. 그러나 수비력만 놓고 보면 지난 시즌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많은 골을 내줬다. 제주는 지난 시즌 리그 초반 13경기에서 11실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 시즌 리그 13라운드까지 20골을 헌납했다. 조 감독은 "분명히 공격적으로는 좋다. 그런데 지금까지 무실점 경기가 거의 없다. 지속적으로 실점을 허용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무래도 고민이 될 수 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조 감독의 진단이 이어졌다. 조 감독은 "실점하는 장면을 보면 여러 단계가 있다. 중요한 시점에서 조금만 저지를 해주면 막아낼 수 있는 상황들이 많은데 그게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면서 "상대가 잘 해서 내준 실점 보다는 우리의 실수로 허용한 골들이 많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지금보다 수비에 초점을 둔 전략을 구사해보는 것은 어떨까.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조 감독은 "우리가 라인을 내리거나 공격 쪽에 중심을 두지 않으면 분명 실점은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그것은 제주의 색깔이 아니다. 우리는 패스를 바탕으로 한 공격 축구를 잘 하는 팀이다. 우리의 강점을 내세우는 동시에 실점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여기에 제주의 고민이 담겨있다. 조 감독은 "그 동안 제주는 공격력이 부각됐지만 수비에서 발목이 잡혔다. 그런데 언제까지 이 상태로 남아있으면 안된다"며 "ACL 진출을 노리는 상황에서 제주는 한 단계 더 발전해야 한다. 만약 지금 모습에서 수비력까지 보완된다면 진정한 강팀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 감독은 긴 호흡으로 팀을 만들 생각이다. 그는 "실점 문제는 하루 아침에 해결될 부분이 아니다. 우선은 선수들이 조금 더 책임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동시에 상대 전술에 따라 수비 밸런스, 수비 위치, 압박의 높이 등을 조절해 가면서 가장 적합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